<한반도 정찰記>韓 빼고 강화되는 美·日 미사일 방어
문화일보 2019.01.30. 14:20
美 미사일방어의 첫째 敵은 北
한국은 北 위협 사라진 듯 행동
미·일 방어망에 들러리 설 우려
북한 핵과 미사일은 그대로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 열리고 미·북 정상회담도 진행됐지만, ‘현실의 북핵·미사일’은 폐기되지 않았다. 단지 시험 발사 등이 중단됐을 뿐이다. 그러나 북핵·미사일 위협은 많은 한국인의 관념 속에서 사라진 듯하다. 일반 국민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도 이에 편승하고 있다. ‘2016 국방백서’에는 ‘북핵·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의 독자적인 억제 및 대응능력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 15일 발표된 ‘2018 국방백서’엔 ‘기존 북한 위협 중심에서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비한 전략적 타격체계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확충해나가고 있다’로 바꿨다. 이제는 중국·러시아 미사일에도 대비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반면,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MD)의 첫 번째 ‘잠재적 적’으로 북한을 꼽고 있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미 국방부가 발표한 ‘2019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MDR)’를 보면, 미국 MD의 잠재적 적은 북한·이란·러시아·중국 순으로 열거돼 있다. 이는 일반 미국인의 정서와도 일치한다. 27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52%의 미국인이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보다 더 걱정하는 글로벌 이슈는 극단주의 무장그룹(55%)뿐이었으며, 기후변화가 북핵과 함께 공동 2위였다. 그리고 이란 핵이 48%,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각각 47%, 40%였다.
미국 MD는 크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응하는 ‘본토 방어(Homeland Defence)’와 해외 주둔 미군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 미사일 방어(Regional Missile Defence)’로 나뉜다. 본토 방어의 핵심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밴더버그 공군기지의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GMD·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시스템인데, 포트 그릴리와 밴더버그 기지에 각각 40발과 4발의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GBI·Ground-Based Interceptors)’이 배치돼 있다.
문제는 잠재적 적의 ICBM 공격을 이 정도 규모의 GBI로 완전 요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총 44기의 GBI를 2023년까지 64기로 늘린다고 하나, 턱없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중국이 ‘기동탄두 재진입체(MaRV·maneuverable reentry vehicles)’, 음속 5 이상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s)’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미 국방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스타워즈계획’이다. 우주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파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위구상(SDI)’을 연상케 하는 이 계획에 러시아는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5일 러시아 외교부는 우주 공간에 요격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지 말 것을 미국에 촉구했다.
그런데 MDR를 꼼꼼히 읽어보면, 미국 MD의 핵심 대상은 중국임을 알 수 있다. 적(敵)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맞서 동맹국과 ‘통합 항공·미사일 방어(IAMD·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ce)’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적이 중국이고, 동맹국이 일본이란 사실은 조금만 주의 깊게 읽어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IAMD는 미·일이 공동 개발 중인 요격미사일 SM-3 블록 2A를 미·일의 이지스함에 배치하고, 일본 열도에 구축할 예정인 ‘육상형 이지스(Aegis Ashore)’, 그리고 사드(THAAD) 및 패트리엇(PAC)-3와 유기적으로 연결한 미사일 방어망이다. 또, 스텔스 전투기 F-35에 요격미사일을 탑재해 미사일 방어 공중 플랫폼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8일 미국이 ‘미 본토 방위 레이더(HDR)’로 불리는 신형 레이더를 일본에 배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HDR는 2023년부터 하와이에 배치할 예정인데, 2025년까지 일본에 또 다른 HDR를 배치한 뒤 연결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미국 MD에 편입되지 않겠다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미·일 공동 MD 구축에 열성적이다. 요즘 주한미군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샤이엔산 벙커와 함께 가장 튼튼한 핵 벙커로 분류되는 ‘험프리스 탱고’가 있는 평택 기지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主)방어선이 일본으로 이동하게 되면, 대규모 지상 전투부대가 한반도에 있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미 제2사단 제1여단전투팀(BCT)을 뺄 가능성이 크다. 일부러 빼지 않아도 된다. 순환 배치되고 있는데,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된다. 이 경우 한국은 일본 방어선을 위한 일반전초(GOP) 지위로 전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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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찰記>新애치슨라인 그어지나
문화일보 2019.01.02. 15:20
주한미군 감축·철수론 급부상
‘개입주의 반대’ 美 여론 강해
美 빠지면 한반도는 힘의 공백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명령을 내리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자,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군을 믿고 시리아 내전에 참여했던 쿠르드족(族)은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일본·이스라엘 등 ‘주요 비(非)나토 동맹(MNNA)’ 국가들은 물론 영국·독일 등 나토(NATO) 회원국들도 미국의 동맹 정책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대규모 감축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다음은 주한미군 차례란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발을 빼기 시작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일반 여론의 ‘포퓰리즘적 반영’인 측면이 강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미국인은 개입주의 노선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각각 17년과 15년이 넘었건만 끝날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미국인’의 피와 재산이 소수 ‘글로벌리스’의 이익 추구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일본·독일과 같은 ‘부자 나라 안보 무임승차론’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존 미어샤이머의 최신 저서 ‘대망상(The Great Delusion)’이 화두가 되고 있다. 미어샤이머는 ‘리버럴 헤게모니’를 포기하고 지정학(地政學)에 입각한 현실주의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가치와 이념을 확산시키는 정책을 추구해 왔는데, 이는 ‘사회 공학(social engineering)’의 국제적 버전으로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옳은게 아니란 것이다. 이제 미국은 지나친 개입 정책을 중단하고, 한정된 힘을 핵심 이익의 수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해외 전진기지를 정리하고 ‘역외균형방어(offshore balance defense)’전략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로버트 케건은 ‘정글이 다시 자라나고 있다(The Jungle Grows Back)’는 저서를 통해 미어샤이머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현 국제 전선에서 퇴각하면 ‘1930년대로 회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케건은 리버럴 헤게모니 대신에 ‘리버럴 질서(liberal order)’란 개념을 사용한다. 리버럴 질서는 정원(garden)처럼 자연적이 아닌 인위적인 것이며, 따라서 미국이 정원사(gardener) 역할을 포기하면, 정글(jungle)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1930년대 상황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듯이, 결국 정글화된 세계질서는 미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1969년 괌 독트린(닉슨 독트린) 때도 미 방어선이 후퇴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가 공산화됐다. 당시에도 주한미군 철수론이 제기됐으며, 실제로 미 제7사단이 철수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주적(主敵)은 옛 소련으로서, 한반도가 아시아 주(主)방어선이었으며, 이에 전면 철수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가상 주적은 중국이다. 주전선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중(對中) 전진기지로서 평택 미군기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옛 소련과 대치하던 시절에 비해 한반도 역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방어전략의 초점이 해상방어로 옮겨질 경우, 한반도의 전략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지휘소연습(CPX)으로 한정되고 있다. 그리고 한미연합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이에 따른 한미연합사 성격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작전전구(KTO·Korea Theater of Operations)에서의 독자적 작전능력을 보장받는 통합전투사령부(Unified Combatant Command)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미·일 연합군사훈련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진 것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미국의 실제적 최전방 방어선이 일본으로 후퇴하고, 한반도의 미군 기지는 전투지역전단(FEBA) 앞에서 시간을 벌거나 적을 교란하는 일반전초(GOP)와 유사한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
1950년 1월 발표된 애치슨라인이 김일성·스탈린·마오쩌둥(毛澤東)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6·25전쟁이 발발했듯이, 신(新)애치슨라인이 그어지면 가공할 사태가 올 수 있다. 미군이 빠지면 생길 수 있는 ‘힘의 공백’은 남북 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 때문에 미군을 빼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는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일본과는 ‘레이더 논란’에 빠져 있다. 한반도 안보의 기본 구도가 통째로 흔들리는 2019년 한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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