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굴뚝 막고 원자력 버리는데..여전히 '연기' 뿜는 한국 [뉴스+]
세계일보 2019.01.28. 20:45
전 세계 패러다임 변화 외면 /
"온실가스 저감".. 속속 태양열·풍력 대체 /
韓, 2030년 석탄 비중 36%로 1위 전망 /
원자력 24%, 신재생에너지는 20% 그쳐 /
발전 단가 상승·시장서 도태될 우려 커
최근 독일의 정부위원회인 석탄위원회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2038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은 2017년 기준으로 나라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의 비중이 37%에 달한다. 독일은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통방식 발전을 태양열, 풍력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탈석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독립국’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이렇게 온실가스 저감 등을 위해 탈석탄으로의 발전 패러다임을 속속 변환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전통 방식의 발전에 높은 비중을 맡기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향후 높은 발전단가와 세계 시장에서의 도태 등의 부담으로 돌아올까 우려된다. 28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세계 발전산업 패러다임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석탄 등을 이용한 세계 전통발전원의 총 발전량은 2만4656TWh(테라와트시)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전통발전의 전기공급 비중은 2012년 95%, 2013년 94.3%, 2014년 93.7%, 2015년 92.8%, 2016년 92% 등 매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1, 2차 산업혁명 이후 전기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석탄발전이 온실가스 및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부각되면서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탈석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유럽의 경우 2010년 이후 신규 건설된 석탄발전소는 5GW인 데 반해 폐쇄된 석탄 발전소 용량은 18GW, 미주지역 역시 신규 건설용량은 4GW에 불과하나 폐쇄된 용량은 46GW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영 딴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2017년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자력 30.3%, 석탄 45.4%, 액화천연가스(LNG) 16.9%, 신재생 6.2% 등이다. 한국은 이를 2030년까지 원자력 23.9%, 석탄 36.1%, LNG 18.8%, 신재생 20.0%로 조정하는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화석연료 발전을 일부 줄이고 태양광 등을 또 일부 늘리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이 같은 발전 구조는 비용 측면에서도 한국에 부담이다. 태양광 설치비용은 MW(메가와트)당 2010년 330만달러에서 지난해 9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풍력도 166만달러에서 84만달러로 하락했다. 화력발전 등이 자원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연료비 상승으로 발전단가가 올라가는데 신재생에너지는 반대로 떨어지는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트렌드와 다른 전통방식의 발전 방식 유지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예를 들어 한국 건설사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수주액은 같은 기간 발전분야 총 수주액의 0.9%에 불과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세계 발전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 추이가 지속될 경우 발전분야 수주액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세계 발전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주 비중이 50%를 넘어가고 있어 화석발전에 집중한 수주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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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탈원전, 소동파라면 뭐라 할까
세계일보 2019.01.28. 21:34
'사이언스'의 정문의 일침 사설도 /
송영길의 공론화 공개 요구도 /
안중에 두지 않는 청와대 독선 /
무엇이 옳은지 원점서 재고해야
소동파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중국 북송(960~1127년)의 지식인 소식(蘇軾). 문인으론 행복한 삶을, 관료로는 굴곡 많은 삶을 산 인물이다. 왜 벼슬길이 평탄치 않았나. 북송이 개혁정책으로 채택한 왕안석 신법(희녕변법·熙寧變法)을 둘러싸고 ‘신법당’과 ‘구법당’이 살벌한 진영 대결을 벌이는 틈바구니에 낀 것이 화근이다. 대문호 소식은 신법당의 표적이 돼 좌천과 유배 등 고초를 겪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만도 여러 번이다. 선무당 사람 잡는 식의, 현실과 유리된 개혁이 북송만의 불행은 아니다. 역사엔 아류가 넘쳐난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다. 문재인정부의 정책조합은 어떤가. 탈원전 정책 하나만 봐도 답은 뻔하다. 탁상행정 발상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 청와대 스스로 단단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기류는 낙관을 불허한다. 집권 여당 중진인 송영길 의원은 얼마 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중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청와대 제동에도 굴하지 않았다. 송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3·4호기로 화력발전을 대체하면 원자력 기술 인력과 생태계도 무너지지 않고 원전 수출 산업 능력도 보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탈원전은 청와대의 성역이다. 그런데도 여당 중진이 일침을 가한 것은 그만큼 재검토가 절박하다는 뜻이다. 어찌 송 의원뿐이겠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국민투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 여론 향배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서명운동본부’가 33만명 넘는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국민 청원서를 전달하지 않았나. 편협하지 않다면, 교조적이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정책 오류 가능성을 따져볼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온난화를 막으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한국 사례를 언급한 사설이다. 정문의 일침이다. 해외 저명 석학들도 탈원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만의 반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때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참여과학자모임(UCS)’이 원전 찬성으로 선회한 사실도 유념할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원자력이 기후변화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잘라 말한다. 과거 원전에 등을 돌렸던 미국, 영국 등도 기본 노선을 바꿨다. 세상은 청와대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데도 꿈쩍 않는 청와대를 어찌 봐야 하나. 1000년 전 북송을 뒤흔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의 병이 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소식은 신법을 밀어붙이는 조정에 어찌 호소했을까. 청와대는 소식의 상소문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북송이 신법 실시 60년 만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는 것도 되새기면서 말이다. 소식은 이렇게 썼다. 일획, 일획에 피눈물이 흐른다. “옛말에 백 사람의 의견이 전부 다 잘못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신법을 반대하는 의견은 백 사람이 아니라 천하만민입니다. 어째서 폐하는 온 천하를 상대로 고집을 부리시는 것입니까?” 이승현 논설고문 -----------------------------------------------------------------------------------------------------------------------------
현실은 달랐다. 가난한 이들이 나랏돈을 쓰다가 빚구덩이에 파묻혀 끝내 투옥되기 일쑤였다. 부국강병을 위한 탁상행정 발상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다 못해 대규모 옥사까지 부른 것이다. 소식은 결연히 붓을 들어 신법의 문제점을 성토했다. 권력층의 미움을 산 이유다. 신법당 무리는 “소식은 홍수가 나고 도둑이 날뛰는 것 모두 신법에서 비롯됐다며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고 모함했다. 벼슬길이 평탄할 까닭이 없었다.
[사설] 사립대 수십 곳 무너질 판인데 대선 공약 '한전공대'라니
조선일보 2019.01.29. 03:20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한전공대' 부지가 전남 나주로 결정됐다. 1000명 규모로 에너지 분야에 특성화해 오는 2022년 개교한다는 것이다. 지금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다. 작년 49만7000명 수준이던 대학 정원은 2020년 47만명, 2022년엔 41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에선 향후 3년 내 사립대 수십 곳이 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망'이 아니라 필연적인 사실이다. 그래서 2008년 이후 4년제 대학은 새로 생긴 곳이 없다. 이 상황에서 4년제 대학을 새로 세운다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다.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라고 하지만 전국의 공대와 카이스트, 포스텍 등 기존 특성화 대학에도 관련 전공이 있다. 이 대학들에 조금만 더 지원을 해줘도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더구나 한전은 부실 공기업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원가 상승 등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3분기 현재 당기순손실 누적 규모가 4318억원에, 부채가 1년 만에 6조원 늘면서 누적 부채 규모가 114조원이 넘는다. 이런 부실 공기업이 1000여명 학생 전원에게 등록금, 기숙사 비용을 면제해 주고 유명 인사를 총장으로 데려와 연봉 10억원 이상을 주고, 일반 교수도 다른 과학기술대 교수 연봉의 3배 이상을 보장해 준다고 한다. 토지 비용을 빼고도 대학 설립 비용만 5000억원 이상 들고, 한 해 운영 예산만 500억원이 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적자 기업이 이 돈을 어디서 대나. 결국 모두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라는 것이다. 탈원전으로 멀쩡한 한전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는데 그 부실기업으로 하여금 부실화될 것이 뻔한 신재생 에너지 대학을 세우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정(國政)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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