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결렬 남는 의문..北 '영변 對 제재 전면해제' 고수했나
연합뉴스 2019.02.28. 22: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불발의 배경에 '제재' 관련 이견이 있었다고 공개함에 따라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 내용과, 그에 따라 미국에 요구한 제재 해제의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단순히 모든 제재를 해제하길 원했나'라는 질문에 "그는 그 제재들의 해제를 원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그들은 제재들을 전부 해제 받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당초 방송사 통역을 통해 트럼프가 공개한 북한의 요구가 '제재 완화'인 것으로 소개됐지만 실제로 트럼프는 '풀다, 해제하다'라는 의미의 'lift'란 단어를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북한이 제재의 전면해제를 원했다면 그에 상응해 어떤 카드를 내놓았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작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그것은 회담 합의문에 명기됐다.
그리고 북미협상 과정에서도 기본적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카드로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날 트럼프 기자회견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이 추정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많은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영변 외에도 규모가 굉장히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있고,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목록 신고, 작성 등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기본적으로 영변에 국한한 조치를 카드로 제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추정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서 제재의 전면해제를 요구했다면 그 괴리는 쉽게 극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최후의 대북 지렛대로 유지하려 하는 상황에서 보유 핵무기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은 그대로 둔 채 영변 폐기만으로 제재의 전면 해제를 받으려 했다면 미국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북한이 '영변폐기-제재 전면 해제'의 교환 구도에 강경하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핵군축 논리'로 간주될 수 있다.
북한이 '기존핵'(과거핵, 보유핵 등으로도 지칭)인 핵물질과 핵무기는 그대로 가진 채, '현재핵' 또는 '미래핵'을 제거하는 대가로 제재를 전면 해제받는다면 미국으로선 '기존핵'을 포기시키는데 쓸 지렛대를 사실상 상실하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중에는 미국 의회가 동의해야 해제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자체 결정만으로 모든 제재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북측이 영변 폐기를 대가로 제재의 즉각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제재의 전면 해제를 원하되, 우선 자신들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해법대로 영변 폐기에 상응한 몇몇 주요 제재들의 부분적 해제를 요구했으나 미측 비핵화 요구 수준과의 접점 찾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 압박용 조커' 볼턴, 北에 우라늄 시설 정보 제시했나
이날 낮 진행된 미⋅북 확대정상회담은 전례가 드문 ‘4:3’ 회담으로 진행됐다. 미국 측이 한명 더 많았다. 트럼프⋅김정은 두 사람 외에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볼턴 보좌관이 확대정상 회담에 참석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해체만 수용하겠다는 북한에 추가 비핵화 조치를 강하게 압박했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이 ‘모든 핵시설은 물론 대량 살상무기와 화학무기까지도 다 신고·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더구나 김정은이 이날 영변 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대북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볼턴이 이런 원칙론을 꺼내며 추가 비핵화 조치를 강하게 압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일대 ‘영변 외(外) 우라늄 시설’의 존재를 발견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볼턴 보좌관이 그동안 미국이 파악한 영변 외 우라늄 시설 관련 정보를 북한에 제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영변 핵시설 해체’를 내주고 ‘제재 완화’라는 상응조치를 받아내려던 김정은으로선 볼턴의 등장에 당황했을 수 있다.
볼턴의 베트남 입국 과정은 조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에 들어와 베트남 입국 여부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는 회담 첫날인 27일 오전 5시 59분쯤에서야 트위터를 통해 "베트남과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어서 좋다. 앞으로 이틀 동안 논의할 것이 많다"며 자신의 하노이 도착 사실을 알렸다.
北 "전부아닌 '민생지장' 일부 제재해제시 영변핵시설 폐기"(종합)
"미국이 다시 회담 제안해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 없을 것"
"美, 영변 핵시설폐기 조치 外 '한 가지 더' 끝까지 주장"
리용호 외무상, 하노이 金숙소서 심야 기자회견..결렬 관련 설명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심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의중 1차 조미수뇌상봉회담을 이끈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얘기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북측이 제재 전면 해제를 원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면서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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