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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퍼펙트 스톰' 닥친 韓 경제…어떻게 풀어갈까/일본 막히고 중국도 막히고… 겹악재 터진 '수출 코리아'

바람아님 2019. 8. 5. 09:51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퍼펙트 스톰' 닥친 韓 경제…어떻게 풀어갈까

한국경제2019.08.04 18:18
    
금리인하·추경 등 수요확대보단
감세 등 공급 중시 정책이 효과적
'정치꾼' 아닌 '정치가' 자세 필요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퍼펙트 스톰' 닥친 韓 경제…어떻게 풀어갈까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쳤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특정국 경제(혹은 경제주체)가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한국 경제에 닥친 대형 악재에서는 종전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하나는 한국이 직접 당사국이거나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더라도 충격과 부담이 큰 대외 변수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형 악재를 ‘행태 변수’와 ‘통제 변수’로 구분할 때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적은 전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당면한 최대 현안인 한·일 관계는 ‘일제 36년 지배’와 ‘북한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이 결부돼 있어 일단 상처가 나면 사후에 어떤 대책을 강구하더라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일본의 경제 보복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가장 효과적인 사전 대책은 ‘신뢰를 잃지 않는 길’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퍼펙트 스톰' 닥친 韓 경제…어떻게 풀어갈까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최고 통수권자부터 만나야 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책은 정상이 만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접점을 찾는 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입처 다변화, 국산화 등은 그다음 가져가야 할 차선책이다.

미·중 무역마찰도 장기화되고 있다. 경제패권 다툼과 같은 중대한 국제 협상 과제는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풀 수밖에 없다. 특성상 쉽게 타결되지도 않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세에 몰렸던 중국의 태도가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미·중 마찰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40%에 달할 만큼 ‘편향적’이다. 미·중 무역마찰 과정에서 한국에 불리한 중국 비중이 27%에 달한다. 지난 2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앞으로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확대와 수출 다변화 정책 등을 통해 미·중 쏠림 현상을 시정해 나가야 한다.

북한 문제도 그렇다.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종전 선언 그 어느 하나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6자 관계(남북한 및 미·중·일·러)’ 틀 속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독자적으로 앞서가다 보면 오히려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지는 독특한 세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냉혹한 국제 관계의 현실이다.

국정은 대내외 모든 현안을 골고루 다뤄야 한다. 남북 관계 개선과 같은 특정 현안에 치우쳐 운용하다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겪는다. 남북 관계 파트너였던 북한마저 군사 도발할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국면에 빠지면서 6자 관계에서는 ‘패싱’ 문제에 봉착한다.

대내적으로 최대 악재는 ‘경기 침체’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모든 경제정책의 총체적인 결과는 ‘경기 상황’으로 집약돼 나타난다. 한국 경제는 경기순환상으로 ‘W’자형과 지속 가능 성장 면에서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모두 장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한다.

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과 같은 총수요 진작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에는 감세,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공급 중시 대책이 더 효과적이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갈라파고스 함정(세계와 격리)’에서 탈피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 경제는 분명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민이 뽑아준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자는 다음 세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statesman)’ 자세로 당면한 퍼펙트 스톰 현안을 풀어야 한다.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만을 집착하는 ‘정치꾼(politician)’ 시각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가다간 상황만 더 꼬인다.

정책 수용층은 네 탓 내 탓 할 때가 아니다.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자가 정치가 관점에서 퍼펙트 스톰 현안을 풀어가는 대책이 나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꾼 입장에서 대책을 강요한다면 더 이상 따라가면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프로보노 퍼블리코(공공선)’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일본 막히고 중국도 막히고… 겹악재 터진 '수출 코리아'

[중앙일보] 2019.08.04 16:21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가뜩이나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시름 하던 국내 산업계가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일본에서 소재를 구하기 어려워진 데다 어렵게 구해 부품이나 중간재를 만든다 해도 가장 큰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전자·IT업계 관계자는 4일 "화이트 리스트 제외 여파가 어떤 소재에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간재를 가장 많이 사가는 중국이 완제품 수출에 애로를 겪기 시작하면 국내업체는 겹악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앞이 안 보이는 경영상황이 얼마나 지속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 때리면 한국산 중간재 타격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6.3%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8.8% 감소한 912억달러에 그친 탓이다. 미국으로 가는 중국제품의 양이 줄어드니, 중국제품에 들어가는 한국 부품의 판매량도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산 중간재의 대 중국 수출액은 전체 대 중국 수출액의 79%를 차지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가 국내 중간재 산업에 직격탄이라는 의미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품용 부품의 손실이 클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제품에) 추가 10% 관세가 더해지면 중간재 판매난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화이트리스트 배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화이트리스트 배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용 배터리, 탄소섬유도 일본 의존도 높아 

자동차·화학 업계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와 탄소섬유는 당장 피해가 예상된다. 탄소섬유는 수소 전기차의 수소연료저장용기를 만드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핵심소재는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대 핵심소재로 이뤄지는데, 일본 업체는 분리막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도레이·아사히카세이 등 업체가 삼성SDI와 LG화학에 분리막을 공급한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고품질 분리막을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일본 분리막 업체가 한국 수출을 제한할 경우, 경쟁사에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쟁사이긴 하지만 한국 배터리 업체에 분리막을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일본을 제외한 해외 수입을 늘리면 소재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은 대체 공급선 확보 가능 

그나마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긴 해도 국내 생산 여력이 있는 데다 공급선도 다양해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론 자일렌과 톨루엔이 꼽힌다. 자일렌은 페트(PET)병과 합성섬유를 만드는 테레프탈산(TPA)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합성하는 데 쓰인다. 톨루엔 역시 파라자일렌을 만들거나 시너 등 도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유화업계는 한국의 생산능력이 수입물량을 대체하고 남는다고 말한다. 파라자일렌 생산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자일렌·톨루엔을 일본에서 수입하지만, 이보다 몇 배 더 많은 양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이 낮은 경우나 물량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는 일본에서 수입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희·이동현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