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21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하드씽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비즈니스에서 난제란 크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다.
그런 목표가 실패로 돌아갈 때 사람들을 해고하는 일이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권리의식을 키우며 지나친 요구를 늘어놓는 것에 대처하는 일이다.
조직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렇게 구성된 조직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게 만드는 일이다.
큰 꿈을 갖는 게 아니라, 그 꿈이 악몽이 되었을 때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 허둥대며
해답을 찾는 일이다."
실패한 기업들의 이야기는 수면 아래로 잠긴다.
성공한 기업들의 이야기도 화려한 결과만 밖으로 보일 뿐, 과정은 마치 소시지를 만드는 방법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제한된 자원을 소진한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출발선을 앞당기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나보다 한발 앞서 동일한 경험을 해 본 이들의 교훈이야말로 최고의 자산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화장으로 분칠된 이야기가 아니라 솔직함을 극도로 밀어붙여서
자신의 '피땀, 눈물'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잘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하드씽
'하드씽'(36.5)이 바로 그런 책이다. 실리콘밸리의 수퍼스타 벤 호로위츠가 2014년에 썼다.
1966년생인 그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휼렛패커드에 16억달러에 매각한 후
현재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로서 활약 중이다.
밖으로는 성공한 창업가이자 유명 투자자라는 근사한 면모가 부각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8년간 CEO로서 회사를 생존시키기 위해 겪었던 온갖 악전고투의 과정을
낱낱이 풀어놓는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같은 희열과 공포의 시기를 거치면서 얻은
귀중한 HR(인사관리)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핵심이다.
목차의 예를 들자면 '직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 '나도 해 본 적 없는 일의 적임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사내 정치를 최소화하는 법' 등이다.
이런 이야기는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기업을 분석하는 기사에서도 결코 읽어볼 수 없다.
얼마 전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이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CEO가 해야 하는 일은 3R로 요약할 수 있는데, 바로 IR(투자유치), PR(홍보), HR(인사관리)이라 했다.
IR이 제일 쉽고, PR이 그다음으로 쉽고, 제일 어려운 것(즉, 하드씽)이 HR(인사관리)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이다. 정말이지 탁월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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