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은? (조선일보 2019.09.28 구본우 기자) 문갑식·이서현 지음|다산초당|300쪽|1만6000원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에는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젊은 연인들이 매달아 놓은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금세공 상점과 수공예 상점이 들어서 있는 곳일 뿐이다. 그러나 '신곡'의 저자 단테가 연인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장소라는 것을 아는 사람에겐 다리의 가치가 달라진다. 유럽을 여행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작가 아내와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저자는 '산책하듯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살펴보고 숨겨진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예술은 그런 산책자에게 훌륭한 도구가 된다.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내로라하는 위대한 예술가 15인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간다. 예술가의 이름을 잔뜩 나열하거나 미술 사조, 기법 따위를 늘어놓진 않는다. 모차르트가 생의 대부분을 보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왜 '그를 기념할 자격도 없다'는 소리를 듣는지, 유명한 바람둥이였던 카사노바가 난봉꾼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돈 조반니' 오디션에서 왜 떨어졌는지, 부부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계의 흥미로운 뒷얘기에 빠져든다. |
정신질환 아들 둔 아버지가 고통으로 쓴 기록 (조선일보 2019.09.28 채민기 기자)
론 파워스 지음|정지인 옮김|심심|594쪽|2만4000원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아들은 스물한 번째 생일 직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꾸준히 먹는 줄 알았던 약이 지하실에서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쯤 흘러 어느 성탄절 아침. 이웃집을 돌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말하고 다니던 큰아들이 병원에 실려갔다. 조현병 증세였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저자는 처음엔 두 아들 이야기를 절대 책으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식의 고통을 이용하는 꼴이 돼버릴까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질환자들 앞에서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미친 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조현병 아들들의 아버지라고 다를 게 없었다. '날벼락 같은 역설'이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분석을 씨실로, 현미경을 들이댄 듯 세밀한 가족사를 날실로 삼아 촘촘한 논지를 직조해 간다. 조현병은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정신질환자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글을 써내려갔을 아버지의 심정이 전해져온다. "여러분이 이 책으로 인해 상처입기를 바란다. 책을 쓰면서 내가 상처입었던 것처럼. 상처입어 행동하기를, 개입하기를 바란다." 원제는 'No one Cares About Crazy People(미친 사람에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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