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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멀리하고 문을 잠근 조선… 망국의 길 걷기까지

바람아님 2019. 10. 6. 18:33


신기술 멀리하고 문을 잠근 조선… 망국의 길 걷기까지


(조선일보 2019.10.05 채민기 기자)


대한민국 징비록대한민국 징비록
박종인 지음ㅣ와이즈맵ㅣ400쪽ㅣ1만8000원


동북아 정세가 요동친다. 풍전등화 같았던 구한말 한반도의 운명이 아른거린다고들 한다.

1910년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구 열강과 일본이 벌인 파워게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갔다. 이 참사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조선일보 여행문화 전문기자인 저자가 조선과 일본, 유럽의 운명이 갈린 기점을 찾아

15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지동설을 설파한

코페르니쿠스의 논문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판됐다.

실증적 세계관으로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사건이었다.

일본은 유럽의 철포(鐵砲)를 받아들였다.

훗날 조선 침략(1592)의 선봉에서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첨단 무기였다.


조선에선 풍기 군수 주세붕이 최초의 서원(書院)인 백운동서원을 세웠다. 서원은 성리학의 사당이자 교육기관이다.

세계가 미몽(迷夢)을 떨치고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일 때 조선은 형이상학의 세계로 걸어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이후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지배집단이 어떻게 나라를 망하는 길로 이끌었는지 파헤친다.

자랑스럽지도 찬란하지도 않은, 우리 역사의 어두운 일면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실패사는 배우지 않았다.

조선 망국사를 분석하지 않으면, 또 우리는 패배한다. 똑 같은 패턴으로 또 패망한다." 



출판사 서평

진정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불쾌한 반성!


저자 박종인 기자는 우리는 왜, 뼈아픈 과거를 겪었음에도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한국과 일본 전역은 물론 폴란드 현지를 취재하고, 온갖 사료와 서적들을 파헤친 끝에

그는 우리가 믿어왔던 것과 상반된 진실을 마주했다. 그렇게 완성된 책 《대한민국 징비록》은

과거를 겸허히 인정하고 미래를 바로잡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1543년’이다. 이 해에 유럽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공인되며 대항해 시대를 맞이한다.

그 결과 같은 해, 세상을 향한 문을 연 일본에 철포가 전래된다.

그 철포를 거액에 사들여 일본식 조총으로 개량해낸 것은 불과 15세의 영주였다.

그리고 같은 해, 조선은 성리학 서원을 설립하며 세상을 향한 문을 더 굳게 닫아걸었다.

1543년을 기점으로 두 나라는 엇갈린 선택을 거듭하며 확연히 다른 미래를 향하기 시작했다.

조선이 폐기한 혁신적인 은 제련술이 어떻게 일본의 군사력을 만들어냈는지, 조선의 천민이었던 도공들이

어떻게 일본의 사무라이로 거듭났는지, 찬란했던 세종시대의 과학과 무기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등등.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을 고스란히 접하게 될 것이다.

각성한 대중만이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 징비록》은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미래가 엇갈린 1543년부터 대한제국이 멸망하기까지의 기록이다.

1부 <운명의 1543년>에서는 전 재산을 들여 철포를 일본에 전파시킨 15세 영주, 제 발로 굴러들어온 총을

창고에 처박아버린 명종, 그리고 중국의 속국을 자처하며 성리학 서원을 설립한 조선의 선택 등

1543년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본다.

2부 <닫아버린 눈과 귀>에서는 일본은 어떻게 세상의 문을 통해 서구와 선진 문명을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는지를 소개한다.

또한 성리학이 주도한 조선에서는 어떻게 상업과 공업이 억압되고 과학시대가 소멸되었는지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3부 <근대의 시작, 종말의 서막>에서는 조선과 일본이 근대화 시대에 대처한 선택의 결과를 다루며,

대한제국이 무기력하게 멸망해가는 모습을 상세히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보유한 조선에는 왜 서점이 없었는지, 개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조선의 혁명가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즉위 기념행사에 나랏돈 13퍼센트를 써버린

고종의 이야기 등 그늘 속에 감춰져왔던 역사의 실체를 들여다보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결코 우리의 역사를 비하하기 위함이 아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역사의 진실을 깨닫고 각성한 국민만이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 논리에 휩쓸려 실패한 역사의 반복을 지켜볼 것인지, 진실을 마주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것인지 말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개수를 센다는 것의 의미는? 직선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조선일보 2019.10.05 구본우 기자)


수학의 선물
모리타 마사오 지음|박동섭 옮김|원더박스|160쪽|1만4500원


어른이 되면 우리의 삶은 '안정'이라는 이름의 권태에 빠져든다.

늘 가던 곳에서 늘 보던 것들을 본다. 평온하지만, 단조롭고 따분한 제자리걸음의 반복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권태를 무너뜨릴 힘이 필요하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그는 대신 "모든 생애를 내 이성을 계발하는 데 쓰고, 진리를 인식하기 위해 전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수학의 힘을 빌려 항상 어린아이처럼 살아간다는 저자에게는 수학이 곧 따분함을 이겨낼 힘이자 진리였다.


수학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느낀 것들을 열아홉 편의 에세이로 기록해 한데 모았다.

복잡한 공식을 들이밀진 않는다. 일상의 언어로 '수학이 주는 깨달음의 기쁨'에 대해 설명한다.

해법을 모르는 문제를 푸는 일은 지도 없이 숲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 계산을 해 본다.

몇 번이나 실패하지만 계속 도전한다. 그러다 아무리 작고 미미한 것이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발견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수학과 가까워지는 일은 무심코 지나쳐 왔던 것들에 엉뚱한 궁금증을 갖는 데서 시작한다.

'개수를 센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직선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그때부터 우리 눈에 비치기 시작하는 새로운 세상이 바로 수학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