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서는, 지난 2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를 상대로 벌인 전대미문의 사기극인 ‘비핵화 평화쇼’가 종착역에 다다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 위원장이 입술 주변에 뾰루지가 날 정도로 4일 동안 회의를 주재하며 난생처음 ‘김정은식 정치 행위’를 시작한 게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 김일성 코스프레로, 집권 9년 만의 최대 난국을 극복하려는 초조감을 반영한 통치 행위다. 현 상황을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이라고 실토했듯이, ‘과거 보릿고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북한의 식량난, 경제난은 심각하다. 3대 세습 통치의 근간인 통치자금은 바닥나 지지기반인 당과 군 간부들의 민심 이반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땅땅 큰소리쳤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전원회의 보고서는 북의 비핵화 평화쇼가 치밀히 계획된 사기극이었음을 새삼 입증한다. ‘세상은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전략무기 개발 주역들을 영전시킨 것은 상징적이다. 김 위원장은 2018년 평양선언과 9·19남북군사합의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찾아왔다고 선언했지만, 뒤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새 전략무기 개발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음을 고백한 셈이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3000t급 신형 잠수함 등 동북아에 먹구름을 드리울 게임체인저(game changer)급 전략무기 개발에 혈안이 됐는데도 우리 국민은 남북 평화쇼에 취해 2년간 까마득히 모르고 지냈다.
북한이 전략무기 고도화에 혈안이 된 것은, 영국·프랑스 수준의 비가역적인 ‘2차 핵보복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2차 핵보복 능력을 확보해 미국민의 반전 여론을 조성, 한반도 유사시 미군 개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주도면밀한 고슴도치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핵보유국을 선언했고, 2013년 3월 ‘우리식 전면전’ ‘핵보유국 영구화’란 초강경 군사 노선을 천명했는데, 이는 바뀐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핵을 내려놓겠다’는 김 위원장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여전히 ‘평화경제’ ‘평화공동체’로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북의 거짓 평화쇼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에도, 경제 제재를 누그러뜨리지 않은 것은 김 위원장이 애초부터 비핵화 의지가 없었고 핵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이 실패한 이유다.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과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충격적인 행동’ 등 강도 높은 도발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그 어떤 처방전도, 철통 같은 고강도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한 백약이 무효다. 3월 한반도 위기설도 나온다. 북한은 3대 세습체제 균열이냐, 비핵화·개방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한·미의 물샐틈없는 대북정책 공조와 대중국 외교 전략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것임을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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