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윌리엄 페섹의 글로벌뷰] 스스로 '개혁가'라고 했던 3인의 실패

바람아님 2020. 3. 9. 10:46

(조선일보 2020.03.09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 ‘일본화(Japanization)’ 저자)


'보여주기'만 신경 쓰고, '경쟁력 강화' 혁신은 제대로 안 해
무역 전쟁과 코로나, 당혹스러운 속도로 3國 모두를 불황에
바이러스 위기가 '알람'… 고개 숙이고 국내시장 돌아봐야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 ‘일본화(Japanization)’ 저자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 ‘일본화(Japanization)’ 저자

별안간 문재인과 아베 신조, 시진핑 정권은 자국(自國) 경제가 같은 입장에 처했고,

그것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동아시아 3대 경제 대국은 당혹스러울 정도의 속도로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분기 경기 침체라는 소식을 타전했고, 일본은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6.3%

추락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론 비관적 입장을 보이진 않겠지만, 이 정도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가 5% 안팎의 경제성장률에 그친다면

이는 경기 침체 영역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시 주석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2020년을 헤쳐나가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경제가 벽에 부딪힐 때 전문가들은 잘못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문제는 최근 몇 달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도 아니고, 어떻게 경기 둔화가 일어났는가도 아니다.

우리가 파고들어야 하는 것은 왜(why)이다.

글로벌 무역 전쟁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이중 타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획기적인 개혁을 하고 있다고 여겼던 3국의 경제는 왜 세계경제가 마지막으로 휘청거렸던 2008년으로 되돌아간 것일까?


2008년으로 되돌아간 3國


먼저 아베 총리는 일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아베노믹스'로 알려진 담대한 계획을 들고나왔다.

다음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은 국가 통제경제를 혁신의 파워하우스로 전환하는 화려한 '시코노믹스'로 세계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J노믹스'와 그 핵심인 '분수(trickle-up) 효과 성장'을 밀고 나왔고, 테크 '유니콘'을 키우겠다고 했다.

스스로를 개혁가로 부르는 이들 중 누가 가장 실패했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시코노믹스, J노믹스공통점은 광고에는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쓰면서

정작 제품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아베노믹스는 개선에 대해 말은 너무 많고 실행은 너무 적었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상황은 좋아 보였다. 아베는 통화팽창론자 구로다 하루히코를 일본은행 수장에

앉혔고,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2013년에만 엔화 가치는 30% 하락했고, 닛케이 평균 주가는 57% 급등했다.

하지만 아베가 약속했던 관료주의 축소, 노동시장 완화, 스타트업과 여성 지원을 위한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 폭탄을 때리자 수출 주도의 일본 경제 회복은 탈선하고 말았다.

작년 말, 아베는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됐다. 하지만 그에게 닥칠 미래는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고 있는

해시태그 '#아베 야메로(아베 그만두라)'로 요약된다.


코로나 여파로 한, 중, 일 3국 성장 전망 그래프


문 대통령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새로 만들기에 시간이 부족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걸 보면 결코 전망이 밝지 않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초기 조치는 역풍을 맞았다. 중소기업에 더 많은 경제적 공간을 주겠다는 약속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신 경제를 띄우기 위해 전통적인 재정 확장과 금리 인하에 주로 의존했다.

이 전략은 무역 전쟁의 여파와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과 겹치면서 빗나가고 있다.

7000명이 넘는 확진자는 관광산업을 말살시키고 있다.

소비자 및 기업 신뢰도와 제조업 공급망에 미친 영향은 2020년에 저조한 수익 및 임금 상승률로 나타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잘못 대처했다는 반발에도 직면해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가 국민의 안전보다 무역 이익을 우선해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막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에는 150만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14억 인구가 몇 세대 내 가장 강력한 지도자를 곧 쫓아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한에서 퍼져나온 바이러스에 대한 시진핑의 냉랭하고 불분명한 대응은 베이징에서의 그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그의 검열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하게 커져가는 분노의 표현들을 따라잡는 데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가 통제해야 할 진짜 상대는 공산당 권력자들이다.

'시코노믹스'를 제대로 시행했다면 시 주석에게 2020년은 훨씬 쉽게 굴러갔을 것이다.

그가 중국을 과도한 부채와 수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작업을 더 빠르고 대담하게 했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경제가 그렇게 휘청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2019년 그렇게 휘청거리지 않았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이 지금처럼 치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혁신적인 국내 서비스 부문 구축해야


희망이 있다면, 바이러스가 경제의 '알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아베, 시진핑의 경제가 고개를 숙여 국내시장을 들여다볼 적기인 것이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세 지도자는 모두 수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보다 활기차고 혁신적인 국내 서비스 부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반에 훨씬 수월하다. 현재 아베와 문재인의 지지율은 저조하다.

시진핑 역시 그가 아직 보여주지 못한 정치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성장 동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강력한 기득권 세력을 제어해야 한다.


앞으로 몇 달은 더 위태로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경제 위기를 예측했던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세계적으로 40%의 주가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은 동아시아 개혁가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때때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올해 GDP의 급격한 하락은 변화를 꺼리는 국가들에 변화가 유일한 나아갈 길이라는 걸 확신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고, 방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달의 시간이 주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동아시아 3국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세상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금보다 확실히 더 나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9/20200309000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