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천하의 제리코가 그린 말 그림이 엉터리였군.” 1878년 영국의 사진가 머이브리지가 질주하는 말의 연속동작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낭만주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는 사실적인 묘사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경마 현장의 박진감 넘치는 광경을 그린 ‘엡솜의 경마’가 나왔을 때 그림의 묘사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나 머이브리지 사진은 달리는 말의 다리는 언제나 교차하며 제리코의 그림에 나타나는 모습은 난센스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때부터 화가들은 과학이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의 영역으로 눈을 돌린다. 오늘의 과학은 감성의 외투를 걸치지 않고서는 결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게 됐다. 호기롭던 과학의 뼈아픈 신음소리가 들린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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