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연히 귀족 남성들 파티의 접대부로 일한 게 계기가 돼 여러 귀족의 정부가 됐고, 26세 때는 환갑을 맞은 나폴리 왕국 주재 영국대사인 윌리엄 해밀턴 경의 사모님이 된다. 그는 ‘애티튜드’라는 마임극을 개발, 유럽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한 재능꾼이기도 했다. 28세 때 만난 넬슨 제독과는 뜨거운 사랑을 불태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패한 후 세상을 떠나자 빚더미와 가난 속에서 술에 의지,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초상화의 대가 조지 롬니가 그린 이 그림은 엠마가 한창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시절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바커스를 쫓아다니며 술을 마시며 난동을 일삼았다는 여인의 모습으로 분장한 엠마의 자태가 자못 유혹적이다. 이 그림이 엠마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화(豫知畵)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이 있는 아침] 과학, 감성에 무릎 꿇다 (0) | 2014.03.08 |
---|---|
[그림이 있는 아침] 세 얼굴의 비밀 (0) | 2014.03.07 |
[그림이 있는 아침] 거울의 발칙한 이중성 (0) | 2014.03.05 |
[그림이 있는 아침] 짝 없는 이여, 이곳으로 오라 (0) | 2014.03.03 |
[그림이 있는 아침] 예술 혹은 외설 (0) | 2014.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