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세 얼굴의 비밀

바람아님 2014. 3. 7. 10:01


친구야. 오늘은 재미있는 초상화 한 점 소개할게. 흠, 자네 벌써 눈이 휘둥그레지는군. 그래 이 초상화는 한 사람을 세개의 다른 방향에서 그려 한 화면에 합친 거라네. 무슨 세 쌍둥이 삼형제를 그린 것은 아닐세. 왜 이런 우스꽝스러운 초상화를 그렸을까 궁금하지.

이 작품은 벽에 걸기 위해 주문한 초상화가 아니라 조각가에게 흉상을 주문하기 위해 그려진 일종의 밑그림일세. 17세기의 영국교회는 로마 가톨릭에서 독립,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었는데 당시의 교황 우르바노 8세는 영국을 회유하기 위해 흉상을 선물하려 했다네.

베르니니라는 당대 최고의 조각가가 자기 동상을 제작해 준다는 말을 듣고 찰스 1세는 뛸 듯이 기뻐했지. 그는 곧 최고의 화가 안토니 반다이크를 시켜 밑그림을 그리게 했다네. 반다이크는 성마른 폭군에다 추남 중에서도 상추남이었던 찰스 1세의 얼굴을 부드러운 호남형으로 바꿔 놓았지. 나중에 동상을 받아든 찰스 1세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네. 누가 봐도 그건 자기 얼굴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지.

권력자의 초상은 사실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게 마련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