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짝 없는 이여, 이곳으로 오라

바람아님 2014. 3. 3. 23:49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광고는 그저 상품의 내용물과 특징을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소비재가 아닌 공연 또는 레저를 위한 광고는 그와는 뭔가 달라야 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감성마케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화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많은 화가들이 이 블루오션에 뛰어들었지만 빛을 본 사람은 쥘 셰레, 알폰스 무하 등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셰레는 고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의 포스터는 너무나 아름다워 벽에 붙여 놓기가 무섭게 떼어갔다고 한다.

1893년 파리 샹젤리제 아이스링크 개관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실내 스케이트장(Palais de glace)’은 셰레의 그런 감각이 빛나는 작품 중 하나다. 그는 이 포스터에서 원형의 인공 얼음판을 아름답고 멋진 연인을 만날 수 있는 로맨틱한 공간으로 설정했다. 남성들에게는 첨단 패션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여성들에게는 짝 없는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낭만의 장소임을 주입하고 있다. 쥘 셰레는 감성의 힘을 일찌감치 읽어낸 근대 상업미술의 선구자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