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여인의 조각을 만들었다. 이 여인은 조각가 자신이 봐도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성을 혐오하던 그였지만 자신이 만든 조각상만큼은 보면 볼수록 사랑의 마음이 샘솟았다. 피그말리온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줬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 속의 이 에피소드는 조각상이 살아 숨 쉬게 되는 순간 미의 영원성을 잃게 됐다는 점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피그말리온은 일단은 소원을 이뤘지만 조각상 갈라테이아의 노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1824~1904)도 그런 부질없는 꿈에 집착했던 피그말리온의 후예다. 그러나 작가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관객은 그의 그림을 보며 갈라테이아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누린다. 때때로 꿈은 꿈으로 간직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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