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그림으로 세상을 바꾸려했던 화가

바람아님 2014. 3. 14. 12:09


차림새로 봐선 가운데의 신사가 더 지체 높은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옆에 하인까지 거느린 것으로 봐도 그렇다. 그러나 태도를 보면 그와는 정 반대다. 오른쪽의 인물은 화구가 가득 든 가방을 메고 있는 것으로 봐서 화가임이 분명한데 그는 신사에게 경의를 표하기는커녕 턱을 바짝 치켜든 채 신사의 인사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신사는 모자를 벗고 눈을 아래로 내려 최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바로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로 그림 속의 화가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신사는 몽펠리에의 부호인 브뤼야스로 쿠르베의 후원자였다. 관객은 이 배은망덕한 화가의 그림에 침을 뱉었다. 후원자를 얕잡아 본 쿠르베는 평소 화가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자들이므로 부유층이 화가를 후원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행위라고 떠벌렸다.

그림의 고정관념을 깨고 그림으로 부르주아 사회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려 했던 쿠르베는 그 과격한 행동과 언사로 주위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스위스로 추방돼 그곳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그의 과격한 실험정신은 현대미술을 여는 물꼬를 텄고 후배 화가들의 존경의 대상이 됐다. 이제 관객은 그의 그림 앞에서 브뤼야스처럼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 조롱받았던 그림은 현실이 됐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