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2. 00:05
우크라이나 전선이 북한 군인의 집단 탈북 루트가 될지 모른다…
역사 진보의 방향을 거꾸로 짚은 김정은의 도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북한 군대의 우크라이나 투입을 놓고 ‘파병’이라거나 ‘참전했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기 군복을 입고 독자적 지휘 명령 체계에 따라 싸우는 것이 파병이다.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으로 갈아입고 신분을 위장해 배치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파병 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다. 더러운 전쟁에 끼어들 명분이 없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기 때문이다. 결국 돈 받고 싸워주는 용병(傭兵)에 지나지 않는다. 김정은은 군대 아닌 외화 벌이용 ‘전쟁 노동자’를 파견한 것이다.
김정은이 “한국의 베트남 파병을 모방했다”(뉴욕 타임스)는 분석들이 나온다. 1960년대 베트남 참전과 같은 군사·경제 효과를 노린 ‘북한판(版) 베트남 파병’이란 것이다. 턱도 없는 소리다. 베트남에 갔던 한국 군인은 용병이 아니었다. 국회 의결을 거친 공식 참전이었다. 미군과 차별화된 전술로 맹위를 떨친 맹호·백마·청룡부대는 부대 마크도 선명한 우리 군복을 입고 57만여 회 작전을 독자 수행했다. 공산주의와 맞서 싸운다는 대의 명분도 있었다. 북한과 러시아가 쉬쉬 하며 숨기기 급급한 우크라이나 용병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
60년 전 베트남 파병은 미군을 한반도에 붙잡아 두려는 박정희 대통령의 승부수였다. 당시 미국은 주한 미군 2개 사단을 빼내 베트남전에 투입하려 했다. 미군이 일단 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군사·경제력에서 북에 밀리던 한국으로선 심각한 안보 위협이었다. 박정희는 미군 대신 한국군을 보내겠다는 제안으로 미군 차출을 막았다. 국내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6·25 때 우방국 도움을 받은 우리가 이제 남을 돕는다는 명분은 국민 지지를 받았다. 파병안은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첫 파병 2년 뒤인 1966년, 박정희는 장병 격려차 베트남을 찾았다. 공항에서 맹호부대 주둔지까지 헬기로 이동해야 하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악천후에 따른 사고 위험에다 적의 대공 사격이 걱정된 월남사령관 채명신이 만류했다. 박정희는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한 치 망설임 없이 헬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최전선에서 적과 대치 중인 장병들을 만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가서 군인들을 격려하는 일 같은 건 절대 못 한다. 제 목숨 걱정도 되겠지만 총알받이 군인에 대한 애정이라곤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60년 전 한국은 자유 진영의 편에 서서 번영의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김정은은 러시아의 더러운 침략 전쟁에 끼어듦으로써 지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역사 진보의 방향을 거꾸로 짚은 김정은의 무모한 도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https://v.daum.net/v/20241102000517940
[박정훈 칼럼] 박정희의 ‘베트남 파병’, 김정은의 ‘러시아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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