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12. 26. 00:32
자신만의 세계 빠졌던 윤 대통령
극우 유튜브의 환상서 못 벗어나
주변엔 이익 위해 망상 돕는 이들
머릿속 구국 드라마 계속되는 듯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605)는 멘털리티의 역사에서 어떤 전환기의 문학적 기념비다. 중세만 하더라도 은유와 사실이 명확히 구별되지 않아, 유사성이 곧 동일성의 증거로 통하곤 했다. 돈키호테는 그런 시대의 마지막 인물이다.
돈키호테는 비루먹은 말을 타고 소설로 들어가 늘어선 풍차를 거인으로, 양떼를 군대로, 농부의 딸을 귀부인으로 착각한다. 이렇게 저만의 이상(망상)을 좇아 현실을 떠나는 것을 ‘키호티즘(quixotism)’이라 부른다.
사실 키호티즘의 징후는 오래됐다. 작년 삼일절과 광복절 기념사는 거의 6·25 기념사를 방불케 했다.....누가 그에게 이 망상을 주입했을까? 내각도 반대, 대통령실도 반대, 당에서도 계엄에 반대했다. 비상계엄은 노상원-김용현과 같은 군부의 극소수 극우분자들이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의 망상을 거들고 나선 것은 주인이 그에게 어떤 섬의 통치권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산초 판사들이라고 다르겠는가. 서비스의 대가는 고립된 섬으로 전락한 TK의 공천권이다. 산초 판사는 점점 돈키호테를 닮아간다. 우리의 산초 판사들 역시 망상을 깨는 대신 그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망상을 유지하기 위해 그걸 깨려 했던 이들을 당에서 쫓아내려 한다.
돈키호테처럼 그 역시 언젠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망상을 부정하게 될까? 그럴 것 같지도 않다.
https://v.daum.net/v/20241226003231640
[진중권 칼럼]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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