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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잃어버린 280년' 전통 金絲(금사) 되살렸다

바람아님 2015. 2. 17. 10:53
서울신문 : 2015.02.12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직조술, 1733년 사치 싫어한 영조가 '무늬옷 금지령' 내린후 단절
섬유복원硏·문화재硏 4년간 문헌 111종·유물 68건 분석… 中·日과 다른 독자방식 복원

 

"상의원의 문직기(紋織機·직물에 문양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틀)를 철폐하라."

1733년 사치를 싫어한 조선 영조는 무늬를 넣은 직물을 짜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금실로 문양을 넣는 직물 제작이 금지됐다. 전통 금사(金絲) 제작 기술도 이후 맥이 끊겼다. 요즘은 투명 필름지에 기계로 금색을 입힌다.

사라진 금사 제작 기술의 비밀이 280년 만에 풀렸다. 문화재청은 국내 최초로 전통 금사 제작 기술과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금 제직(織金 製織)' 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섬유복원연구소(소장 심연옥)가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와 함께 4년 동안 진행한 연구 성과다. 이 기술로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년·보물 제1572호) 속에 들어 있던 고려시대 '남색원앙문직금능(藍色鴛鴦紋織金綾)' 등 유물 3점도 복원했다.


		[오늘의 세상] '잃어버린 280년' 전통 金絲(금사) 되살렸다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이날 오전 충남 부여의 대학 내 전통섬유복원연구소에서 시연회를 열어 복원한 금사 기술을 선보였다. 금사는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 섬유공예에 사용된 소재. 배지(背紙·맨 아래에 놓이는 종이)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그 위에 금박이나 은박을 올려 일정한 너비로 재단해 만든다. 금사로 문양을 짜면 기품이 있고 화려해 예부터 의례용 복식뿐 아니라 장엄용(莊嚴用) 직물 제작에도 두루 사용됐다. 고려시대 직금 유물, 조선시대 출토 복식과 궁중 복식 등에 남아 있다.

복원에는 4년이 걸렸다. 전통섬유복원연구소는 우선 문헌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자료는 물론이고 중국·일본 문헌까지 111종에 달하는 기록을 훑었다. 이후 국내외 금사 유물 68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금사 재현에 적합한 배지, 접착제, 금박의 최적 재료 요건을 찾아냈다. 연구소는 얇은 금박을 전통 한지에 아교로 붙인 뒤 광택을 내고, 이를 실처럼 가늘게 재단해 금사를 복원했다. 또 조선 후기 '임원경제지'에 수록된 도판을 참조해 전통 문직기까지 복원·제작해 직금 제직 기술 재현에 성공했다. 심 교수는 "당시 일본·중국과 다른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금사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