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1314

“엄마는 양공주였지만 부끄럽지 않아…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조선일보 2023. 8. 12. 03:03 [아무튼, 주말]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전쟁 같은 맛’으로 전미도서상 후보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 엄마는 양공주였다. 부산 어느 기지촌에서 청춘을 보냈다. 이름은 군자(1941~2008). 사회학자인 딸 그레이스 조(Grace M Cho)는 엄마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6·25전쟁, 가족 상실, 굶주림, 미군 기지촌, 혼혈아 출산, 미국 이민, 사회적 죽음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몸과 정신에 진열해 놓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 조는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았고 현재는 뉴욕시립대 사회학·인류학 교수다. 엄마의 생애를 복기한 회고록 ‘전쟁 같은 맛(Tastes Like War)’은 2021년 전미도서상..

셰익스피어 말에서 따온 책 제목…이승만 넘어 수십명의 평전 읽는 느낌

한국경제 2023. 7. 31. 00:07 '물로 씌어진 이름' 어떤 작품 큰 성과는 물처럼 흘려버렸지만 과오는 주홍글씨처럼 각인됐단 뜻 디테일한 20세기 국제정치 해설서 '매카시즘' 매카시 새 면모 파헤치기도 복거일 작가의 (사진)은 이승만 일대기 형식의 전기대하소설이다. 하지만 ‘이승만 전기’로만 규정짓는 건 장르의 폭력일 듯 싶다. 인물사를 넘어 독립투쟁사 세계전쟁사 국제정치사가 망라된 지적 산물이다. 방대한 사료와 지식에 기초한 명료한 전개가 보석처럼 빛난다. 이처럼 손에 잡히는 독립투쟁사와 건국사는 없었을 듯하다. 이보다 쉬우면서 통찰적인 20세기 국제정치 해설서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트루먼, 히틀러-롬멜 등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의 생생한 면모는 수십 명의 평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정전 70주년… 한국만이 아닌, 인간 존엄성 지키려는 싸움이었다

조선일보 2023. 6. 24. 04:40 리지웨이 장군의 6·25 회고록 당시 北포로였던 미국 선교사 수기 리지웨이의 한국전쟁 매슈 B. 리지웨이 지음 | 박권영 옮김 | 플래닛미디어 | 356쪽 | 2만5000원 적의 손아귀에서 래리 젤러스 저 | 임연철 편역 | 밀알북스 | 372쪽 | 2만5000원 6·25 발발 73주년과 정전 70주년을 맞아 미국인의 시선으로 6·25전쟁을 본 회고록 두 권이 출간됐다. ‘리지웨이의 한국전쟁’은 더글러스 맥아더의 해임 이후 유엔군사령관에 오른 리지웨이 장군의 6·25전쟁 회고록이고, ‘적의 손아귀에서’는 전쟁 중 북한군의 포로가 된 미국인 선교사의 수기(手記)다. 리지웨이의 역할은 패배주의가 만연한 미 8군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일이었다....전투 의지를 고취하고..

日국가주의가 강요한 ‘숭고한 희생자’… 그들의 침묵은 절규였다

조선일보 2023. 5. 27. 03:02 [책으로 이슈 읽기] 韓日 정상 위령비 참배로 본 히로시마 나의 히로시마 이실근 지음|양동숙·여강명 옮김|논형|208쪽|1만4000원 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 지음|이애숙 옮김|삼천리|203쪽|1만2000원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35분 기시다 총리와 만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한일 정상이 이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 것은 최초이고, 한국 대통령이 참배한 것도 처음이다. 참배에는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도 동행했다. 양 정상 부부는 위령비에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10초간 묵념했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장을 지낸 박남주씨와 원폭 2세대인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부위원장 등 한국인 원폭 피..

사람을 잇는 그 섬, 그 곳에 가고 싶다[그 책속 이미지]

서울신문 2023. 5. 19. 05:04 고군산의 섬.섬.섬 신진철 지음·그림 행복한책읽기/184쪽/1만 9000원 사람과 일상에 지친 날이면 문득 어느 섬 바닷가에 앉아 하염없이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새만금 앞바다 16개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인 ‘고군산군도’를 떠올려도 좋다. 낙조가 아름다워 미국 CNN이 ‘아시아의 숨은 명소’로도 꼽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떠올라 당장이라도 가방을 싸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지도 모른다. https://v.daum.net/v/20230519050443223 사람을 잇는 그 섬, 그 곳에 가고 싶다[그 책속 이미지] 사람을 잇는 그 ..

좋은 사진 조건은 피사체? 촬영자 태도·시선이 중요

조선일보 2023. 4. 15. 03:00 사진의 별자리들 채승우 지음|보스토크 프레스|240쪽|1만8000원 “왜 다른 신문과 같은 사진을 못 찍어 왔지?” 18년간 일간지 사진 기자로 일한 저자는 상사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책을 이 문장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런 답을 찾았다. “우리는 모든 순간을 볼 수 있는 초월적 관찰자가 아니니까.” 같은 공간을 찍어도 사진기를 든 이에 따라 결과물은 늘 달라진다. 저자는 특히 원주민을 ‘외래종’ ‘나체’로만 표현해 비판받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을 사례로 들며 피사체뿐만 아니라 이를 향한 촬영자의 태도와 시선 또한 카메라에 잘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https://v.daum.net/v/20230415030041163 좋은 사진 조건은 피사체? 촬영자..

여성 종군기자가 본 한국전쟁

매일경제 2023. 4. 14. 16:03 미국 최고 권위 언론상 '퓰리처상'의 여성 최초 수상자는 한국전쟁 종군기자였다. 당시 270명의 종군기자 중 유일한 여성으로 알려진 마거리트 히긴스다. 그는 각종 특종 보도와 한국전쟁에 관한 최초의 단행본 '자유를 위한 희생'을 1951년 발간하며 국제사회에 참상을 알렸다.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맞는 2023년,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언론인 히긴스가 한국전쟁과 휴전에 관해 남긴 글을 엮은 책이 나왔다. https://v.daum.net/v/20230414160309707 여성 종군기자가 본 한국전쟁 여성 종군기자가 본 한국전쟁 미국 최고 권위 언론상 '퓰리처상'의 여성 최초 수상자는 한국전쟁 종군기자였다. 당시 270명의 종군기자 중 유일한 여성으로 알려진 ..

[북클럽] 벚꽃 필 무렵

조선일보 2023. 3. 28. 00:01 요즘 가장 큰 화제는 AI.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겼을 때의 충격이 챗GPT의 본격적인 등장과 함께 가속화되면서, 이러다가 인간이 AI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각종 가설이 쏟아집니다. 과연 AI는 인간을 능가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산책길에 이른 벚꽃을 만난 날, 분홍 꽃잎의 여린 아름다움이 종일 눈에 아른거려 잠자리에 들기 전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고도(古都)’를 펼쳤습니다. ‘고도’는 교토를 배경으로, 갓난아기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합니다. 봄나들이 계획한 날 혹 해가 나지 않더라도 아쉬워 하지 마세요. 봄은 그저 봄이니까요. 가와바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꽃이 필 무렵이라 약간 흐리고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