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1330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물을 듬뿍 담아.. 해질녘 산불 끄는 헬기

한국일보 2022. 03. 14. 04:31 울진 산불이 주말 전국적으로 내린 봄비로 기적처럼 진화되었다. 동해지역 곳곳에 산불이 시작된 지 10여일만이다. 지난 6일 울진을 찾았을 땐 불이 난 곳은 대부분 험한 산속이라, 산불 진화의 유일한 희망인 헬기들이 꿀벌처럼 쉼 없이 물을 뿌리며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었다. https://news.v.daum.net/v/20220314043147124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물을 듬뿍 담아.. 해질녘 산불 끄는 헬기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물을 듬뿍 담아.. 해질녘 산불 끄는 헬기 울진 산불이 주말 전국적으로 내린 봄비로 기적처럼 진화되었다. 동해지역 곳곳에 산불이 시작된 지 10여일만이다. 지난 6일 울진을 찾았을 땐 불이 난 곳은 대부분 험한 산속..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15] 서로 맞서면서 기대는 우리

조선일보 2022. 03. 11. 03:02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집합적 인류의 능력치를 한참 밑돈다. 여럿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혼자서는 꿈도 못 꿀 경우가 다반사다. 인간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협력을 통한 지성에서 나온다. 협력은 사회적으로 구축된 체계 안에서 생명을 지킬 뿐 아니라 개개인의 심리적 안녕,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자아 실현에 이르기까지도 필수적인 덕목이다. 천경우 작가는 독일 브레멘에서 거주하던 시절에 두 사람이 끌어안은 모습의 ‘버서스(Versus)’ 연작을 만들었다. 지역에서 자원한 스무 살 전후 젊은이들은 작품 속에서 사람 인(人) 자 형상으로 서로 기대었다. 관계와 교감에 관한 새로운 경험을 실험하고자 한 작가의 요청은 간단했다. https:..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봄의 향기를 품은 매화

한국일보 2022. 03. 07. 04:31 매서운 겨울 한풍을 견디고 피어나는 꽃 매화. 옛 선비들은 외풍에도 굳은 신념을 버리지 않는 올곧은 군자의 덕목을 상징한다고 해 사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삼았다. 어지러운 세상사 속에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화선지에 매화를 치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봄이 왔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무래도 성급한 듯하다. 아직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봄이 일찍 찾아오는 경남 통영 바닷가에는 겨울 추위를 견디며 때를 기다리고 있던 매화가 곧은 자태를 드러냈고, 그 향기는 바닷바람을 타고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 https://news.v.daum.net/v/20220307043100014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봄의 향기를 품은 매화 [왕태석의 빛으로 쓴..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겨울 물속의 포식자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중앙일보 2022. 03. 06. 12:00 언 겨울 계곡에서 뜬금없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바로 쇠측범잠자리 애벌레입니다. 계곡 속 돌멩이 아래로 들락날락하거나, 썩어가는 낙엽을 헤집으며 한겨울 물속에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220306120045388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겨울 물속의 포식자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겨울 물속의 포식자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언 겨울 계곡에서 뜬금없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바로 쇠측범잠자리 애벌레입니다. 계곡 속 돌멩이 아래로 들락날락하거나, 썩어가는 낙엽을 헤집으며 한겨울 물속에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하 news.v.daum.net

내게 보물과도 같은 사진집 '심마니'[안드레스 솔라노 한국 블로그]

동아일보 2022. 02. 18. 03:03 생각건대,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 피자와 함께 먹는 피클과 치킨에 딸려 오는 절임무의 포장을 뜯었을 때 국물이 새지 않는 뚜껑을 디자인할 것. 두 번째가 진짜 중요한데, 출판사들이 사진집의 미적 가치를 이해하고 독자들이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다운 예술 서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짧은 기도를 올린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음악을 틀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나는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사진집을 한 권 골라 그 속에 든 작품들을 천천히 넘겨본다. 이것이 내가 세상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사진집의 판형과 디자인과 종이의 종류..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추울수록 아름다운 남한강변 숲

한국일보 2022. 02. 14. 04:30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봄은 멀기만 하다. 지난 주말도 기온이 계속 내려가면서 동장군이 심술을 부렸다. 이런 추위가 지속되면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충북 충주시 양촌리 남한강변에 있는 숲이다. 이곳은 영하 15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가면 흐르는 강물 사이에 있는 나무숲에 새하얀 상고대가 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그 풍경은 더 아름다워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밤길을 재촉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 먼저 온 사람들을 피해 명당자리를 잡았다. 저 멀리 하늘에는 여명의 빛이 생겨나고 주변의 사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어둠 속에서 새하얀 풍경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 위로 해가 솟아오르자 수면 위에는 물안개가 뭉게뭉게 피어..

[더오래]사진은 우리의 삶 닮았다..기다려야 하므로

중앙일보 2022. 02. 12. 13:00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34·끝)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4년이 되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알았다. 수많은 사진을 촬영해도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 얻기도 어려웠다. 멋진 장면을 촬영하려면 여러 번의 출사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중략) 멋진 한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괴로움이 아니라 희망이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사 나가서 촬영한 수백장의 사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한장이라도 있으면 뿌듯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도 한다. 준비하고 때를 기다려 도전하는 것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인 기회..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12] 아버지와 아들

조선일보 2022. 02. 11. 03:01 눈길을 걷는 두 사람, 아버지와 아들이다. 모자를 눌러 쓰고 두툼한 외투를 입은 부자의 뒷모습이 언뜻 정겹게도 힘겹게도 보인다. 어느 쪽일까? 날이 흐려 그림자도 없으니 한낮인지 해질 녘인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버지의 등짐은 무거운지 가벼운지, 아들의 얼굴은 야위었는지 통통한지, 집에서 나오는 길인지 돌아가는 건지… 정답 없는 질문들이 사진의 깊이를 더한다. 뒷모습은 스스로도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라던 미셸 투르니에가 옳았다. 어쩌면 그래서 뒷모습은 매번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든다. 오늘은 발을 맞춘 듯 단단하게 내디딘 발과 가볍게 들린 발꿈치의 절묘한 타이밍이 나를 사로잡는다. 아이가 부럽다. 저렇게 나의 뒤를 지켜봐 주며 말없이 함께 걷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