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우병현의 동서남북] 아마존과 네이버의 需要獨占(수요독점·monopsony)

바람아님 2014. 11. 10. 09:21

(출처-조선일보 2014.11.10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사진네이버는 명실상부한 최대 뉴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2001년 언론사로부터 원본과 동일한 복제 뉴스를 공급받아 자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국내 온라인 뉴스 서비스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구매 대상은 종합지·방송·통신·경제지·스포츠·연예 등 모두 120개 언론사에 이른다.

네이버가 국내 최고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는 개별 언론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언론사들이 일제히 뉴스 공급을 중단하면 네이버 뉴스는 빈껍데기 서비스로 전락할 것이다. 

겉보기에 개별 언론사들이 '갑'의 위치인 듯하나, 현실은 정반대다. 네이버와 언론사 간 계약은 

1~2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어떤 언론사도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네이버에서 혼자서 

빠질 수도 없다. 그것은 푼돈이나마 고정 수익과 뉴스 이용자 접점을 모두 잃는 최악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평등 관계는 온라인 뉴스 시장의 특수성에서 나온다. 

2000년대 중반까지 다음, 네이트, 야후 등 여러 포털이 뉴스 구매 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네이버 이외 나머지 업체들이 뉴스 구매를 포기함으로써, 구매자가 한 곳뿐인 희한한 시장으로 둔갑했다. 

그후 정부·국회·시민단체 등이 모두 큰 목소리로 네이버 중심 뉴스 시장의 문제점과 폐해를 비판했지만, 

누구도 구조적 원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의 문제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과 사례가 해외에서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수요독점자(monopsonist)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규제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올 4월 아마존이 

출판업체 아셰트와의 분쟁에서 취한 조치들. 아셰트가 아마존의 전자책 가격 할인 요구를 거부하자, 아마존은 예약 판매, 

신속 배달 등 특정 서비스에서 아셰트의 책을 제외해 버렸다. 이에 대해 유명 저자들이 아마존을 비난하는 등 여론이 

들끓었지만 누구도 아마존의 행위가 시장경제에 왜 나쁜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루그먼이 미국 온라인 도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의 조치들이 시장경제를 해치는 

'독점'이라고 규정하고 이론적 근거로서 '수요독점론(monopsony)'을 제시한 것이다. 수요독점은 공급자는 다수지만 

구매자가 극소수인 상황을 뜻하는데, 산업사회에서 실제 사례가 드물어 잊힌 이론이었다. 

크루그먼이 수요독점론을 디지털 경제에 맞게 재해석해 아마존·아셰트 간 분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물론 아마존과 네이버가 수요독점이라는 프레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는 디지털 기술 혁신과 

소비자들의 자발적 중독으로 구조화된 것이며, 정부의 인허가나 자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크루그먼이 지적했듯 디지털 시대 수요독점은 이미 시장경제 작동 원리를 훼손하면서 공급독점 못지않은 폐해를 

낳고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가 비용절감 등 경영을 빌미로 뉴스 구매가를 내리겠다고 나서면 국내 언론계는 패닉에 빠질 

것이다. 수요독점이 상상하는 것보다 시장경제에 더 치명적이라는 점을 제대로 지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