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5-13
연말정산 징수액 환급에 관한 소득세법 개정안,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된 지방재정법 개정안, 상가 권리금의 법제화를 규정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어렵게 본회의를 열고도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들 법안 3개와 결의안 2개만 달랑 처리하고 끝낸 꼬락서니가 한심하다. 그나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결재(決裁)’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생법안 3개나마 처리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이달 6일 본회의에서 일부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비롯해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59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의 명문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야당이 ‘법안 처리 올스톱’을 선언하는 바람에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하나만 처리되고 나머지는 모두 발이 묶였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들까지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볼모로 잡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어제 3개 법안과 함께 이들 법안이 처리되지 않자 새정치연합의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본회의 부의(附議)를 거부하는 월권을 저질렀다고 성토했고, 이 위원장은 3개 법안만 처리키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놓고 자기 탓을 한다고 발끈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3개 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서로 제 입맛에 맞게 해석한 보기 민망한 진풍경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28일 다시 본회의를 연다 해도 국민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추가 법안 처리는 어려울 듯하다. 66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걸린 경제활성화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야당은 법안 발목잡기를 넘어 정부·여당의 주요 법안에다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마트의 물건처럼 ‘끼워 파는’ 전략까지 구사한다. 안전행정위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실상 시도 의원에게 1인당 1명씩의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연계시켜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은 과반인 160석을 갖고도 법안 처리에서 야당의 처분만 바라거나 야합해야 할 만큼 무기력하고, 오히려 130석의 새정치연합이 법안 처리의 주도권을 휘두르는 제왕적 모습을 보이는 게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거꾸로 국회 운영과 법안 처리를 무력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국회후진화법, 야당결재법이나 다름없다. 이런 법, 이런 국회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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