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8-11
‘안중근 열사’ ‘유관순 의사’. 뭔가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의사·열사·지사도 각각 어울리는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의사’는 ‘의로운 지사’, ‘열사’는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이라고 풀이돼 있다. ‘지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적 설명만으로는 의사·열사·지사를 구분해 쓰기 힘들다. 국가보훈처가 밝힌 의사·열사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면 그 차이를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국가보훈처는 ‘의사’를 ‘무력(武力)으로써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 ‘열사’를 ‘맨몸으로써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나타낸 사람’이라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의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항거하다 의롭게 죽은 사람으로, 성패에 상관없이 무력을 통해 적에게 대항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 등이 대표적 예다.
‘열사’는 나라를 위해 저항하다 의롭게 죽은 사람으로, 주로 맨몸으로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일컫는다. 또한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자결을 선택한 사람도 ‘열사’라 할 수 있다. 3·1운동의 상징으로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옥사한 유관순 열사가 대표적이다.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한 이준 열사, 을사늑약에 반대해 자결한 민영환 열사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의사’와 ‘열사’가 순국한 뒤 붙일 수 있는 이름이라면 ‘지사’는 살아 있을 때도 쓸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의사·열사·지사의 차이를 알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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