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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조선족 이민

바람아님 2016. 1. 30. 09:35

(출처-조선일보 2016.01.30 선우정 논설위원)

중국 중앙민족대학이 낸 '중국민족지(誌)'는 중국 내 56개 민족의 특성을 적었다. 조선족은 마지막 장에 나온다. 

첫 문장이 호의적이다. '조선족은 근면하고 용감하다.' 

다른 민족 이야기는 '중국 어디서 오래 살았다'는 식으로 시작한다. 

동포 언론 흑룡강신문은 2011년 신년 사설에서 자평(自評)했다. 

'조선족은 반도의 겨레와 똑같이 조상의 총명한 기질을 물려받은 데다 중국의 속 깊고 멀리 보는 품성도 배워 익힌 민족이다.'


▶일본에 사는 조선족 학자 김문학은 국제인으로 탈바꿈하는 중국 동포를 '신(新)조선족'이라고 불렀다. 

85만 조선족이 중국 바깥에서 살고 있다니 과장이 아니다. 

이 중 20만가량은 한국이 아닌 일본·미국·캐나다로 삶터를 넓혔다. 

조선족을 다룬 책 '만주아리랑'은 이런 변화를 옌볜(延邊) 시인 석화(石華)의 시로 은유한다. 

'사과도 아닌 것이/ 배도 아닌 것이/ 한 알의 과일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어제 집권당 대표가 조선족 동포를 대거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가 책이 잡혔다. 저출산 대책으로 그런 말을 한 탓이다. 

"국내에서 많이 낳게 해야지 이민으로 메우려 하느냐"는 비판부터 "조선족이 애 낳는 기계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였다. 고단한 그들에게 '다산(多産)'은 이미 사치스러운 얘기다. 

2013년 인구 1000명당 출생아가 여섯 명으로 한국 여덟 명보다 적다. 

저출산은 우리보다 먼저 조선족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비웃고 치울 일이 아니다. 

일제의 한반도 수탈에 밀려갔거나 만주 개발에 끌려간 식민지 백성이 그들의 뿌리다. 

식민지를 거부하고 맨몸으로 동토(凍土)를 택한 독립투사 후손도 있다. 

미주와 일본으로 간 동포와 달리 많은 중국 동포가 해방 후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할 기회조차 봉쇄당했다. 

우리가 잘했다면 지금 대한민국 국민으로 고락을 함께하고 있을 사람들이다. 

중국 동포 수용은 저출산이 아니라 민족 통합의 과제로 다뤄야 할 사안 아닌가.


▶한국의 조선족 차별과 멸시를 쓴 조선족 작가의 책 '한국은 없다'가 충격을 안긴게 20여년 전이다. 

영화 '신세계'에서 중국 동포는 '연변 거지'로 불렸다. 

영화 '황해'에서 동포 사회는 광란의 살인이 자행되는 무법천지로 묘사됐다. 

그들의 억양은 개그 프로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사기꾼 말씨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그들의 범죄 빈도는 한국 평균을 넘지 않는다. 

그렇게 막 대할 땐 언제고 이제 출산까지 손을 벌리니 우리는 정말 염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