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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건강한 놀이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남자

바람아님 2016. 2. 28. 00:32
[중앙일보] 입력 2016.02.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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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소설가


청춘기의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는 20대 초반 남자에게 왜 게임을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까지 나는 게임하는 이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나는 성장기에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이 찾아낸 오락이라는 것. 또 하나는 놀이 속에서 자기표현과 성장 경험을 갖지 못한 이들이 찾아낸 감정 처리 방식이라는 것. 그들은 가상의 게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공격성과 경쟁심을 표현하고 협력과 우정을 경험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물한 살짜리 청년의 답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곳에 있었다.

 “혼자 있는 게 싫어서요. 게임하면 저쪽에 있는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사회에 회식 문화가 성행하는 이유와 같아 보였다. 회식 자리에 참석하는 이들 중에는 소외감이 두려워서 그 자리에 가는 이들이 있다. 얼마간 술이 취해야 솔직한 소통과 감정 표현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이도 있다. 회식 자리가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우는 성장의 기회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종류의 연합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그런 기대는 적은 부분만 진실이거나, 당사자의 내면에서만 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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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인류 문명을 놀이의 관점에서 해석해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띤다”고 제안했다. 58년 프랑스 사회학자 로제 카유아는 『놀이와 인간』에서 놀이의 기본 성격에 경쟁과 연합뿐 아니라 운과 현기증 두 가지 요소를 추가했다. 운은 놀이의 도박성, 현기증은 놀이의 절정감에 대한 은유이다. 그것은 놀이가 개인의 내밀한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이었다.

 71년 영국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놀이와 현실』에서 놀이가 한 개인을 심리적으로 탄생시키는 중요한 기제라고 보았다. 놀이는 그 자체가 자기표현, 창의성 연습, 성장 경험이다. 놀이터는 아이에게 가정과 사회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공간 기능을 한다.

“놀이에서, 아마도 놀이에서만 아이 또는 성인은 창조적일 수 있을 만큼 자유롭다.” 그토록 중요한 놀이에 대해 학부모는 대체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놀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젊은이들의 게임 몰입이나 성인들의 회식 문화가 성장기에 마음껏 뛰어놀지 못한 이들이 찾아낸 심리적 생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