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이 그 향유자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기능에는 ‘무의식적 자기 표현’ 측면이 있다. 저마다 내면에서 감지하지만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림 형제의 잔혹 동화가 오랜 세월 아이들에게 읽혀 온 이유가 그것이다. 한국 영화가 폭력성과 잔혹함을 버무려 넣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날것인 폭력성, 절제 없는 잔인함을 대할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영화를 제작, 향유하는 이들의 내면에 억압된 공격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최근 한 대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우리는 왜 폭력적인 영화를 거부감 없이 즐기는 걸까요?” 그제야 그들의 특별한 온순함이 눈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청년이 지나치게 예의 바르고 순응적인 외양을 하고 있다는 점도 떠올랐다. 불안을 억압한 채 열심히 살았던 그들의 부모 세대가 자녀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결과물로 보였다. 젊은이들이 내면에 억압해 둔 채 인식하지 못하는 공격성은 한국 영화의 폭력성과 그 강도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즐길 영화가 적어지는 점이 안타까워 말이 길어졌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