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중·러 반발에 총선까지.. 난제만 남은 '사드'

바람아님 2016. 3. 4. 23:42
세계일보 2016.03.04. 19:01

한·미 양국이 4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논의할 공동실무단을 출범시켰지만 국내외 정치적 변수 탓에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가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주둔 후보지역의 반대여론 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일 채택한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의 ‘키’를 쥔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직후 “사드 배치는 중국과 주변국의 안보 이익을 해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도 “사드 배치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울 뿐”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위쪽)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아래쪽)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이며 유엔 대북 제재 결의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북한의 최대 교역국 중국과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경제협력을 지속하는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한·미 공조 가속… 북은 방사포 도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과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과 관련한 약정에 서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북한 매체가 이날 공개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 장면.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주한 미군과 미국 정부 간 협의를 이유로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시점이 지난달 23일에서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채택 다음날인 4일로 미뤄진 것을 두고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미국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군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러시아를 ‘사드 한반도 배치’ 카드로 자극하며 대북 제재 이행의 지렛대로 삼으려 할 것”이라며 “사드 논의가 우리 측이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 시작을 사흘 앞둔 4일 경기도 연천군 접경지역에서 육군 K200 장갑차가 대형 트럭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연천=연합뉴스

사드 주둔 후보지역의 반발도 4월 총선과 맞물려 공동실무단 논의를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지역과 관련한 추측성 주장이 지역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의견 표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기 평택, 대구·왜관, 전북 군산, 강원 원주와 중부 산악지역 지방자체단체와 주민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총선 ‘표심’을 의식한 예비후보들도 사드 배치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

사드 배치 지역 선정은 지금까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과 환경파괴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전자파 유해성과 환경 훼손 문제는 주둔 후보지 주민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부지와 부대시설을 제공해야 하는 국방부는 지자체와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가 국내외 정치 문제로 번지자 관련 업무를 국방부 정책실로 일원화하고 정보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의 보고를 차단했다. 공동실무단 가동 시한도 명시하지 않는 등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군 안팎에서는 한·미 양국의 정치적 입장이 공동실무단 협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