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90년대초 주식·부동산 급락으로 거품경제가 붕괴한 데 이어 1996년 핵심인구층인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가 시작됐다. 총인구도 2008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5년 시차를 두고 불어닥친 거품붕괴와 인구감소의 ‘이중충격’은 일본을 20년년 넘게 디플레이션 상태로 몰아넣었고, 재정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1980년대 3~4%에 달하던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0.8%까지 떨어졌다. 인구감소에 따른 경기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자되면서 국가채무도 국내총생산(GDP)의 두배(2014년 245%)를 넘어섰다.
한국은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로 돌아서 일본이 밟았던 길을 20년의 시차를 두고 뒤따르게 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여건이 더 나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째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세계경제,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경기둔화, 잠재성장률 하락과 소비감소, 산업경쟁력 약화 등 국내외 여건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돼 있다. 여기에 인구감소의 충격까지 겹칠 경우 한국경제는 ‘좌초’할 수도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3년간 추진해온 ‘아베노믹스’로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출산율을 1.42(2014년 기준)에서 1.8로 높여 50년 뒤에도 1억명을 유지하겠다는 인구대책을 지난해 10월 내놨다. 부문별 실행계획을 포함한 종합적인 인구대책이 지난해 처음 수립된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도 하루빨리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닛세이기초연구소 야지마 야스히데(矢嶋康次·48)이코노미스트는 “경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인구감소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일본인 지난 20년을 경과하며 얻은 교훈”이라며 “인구가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서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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