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6.03.04 21:47
오늘은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 절기상 경칩이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겨울.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전북 고창에서 시작해 전남 해남, 완도, 청산도, 보성, 고흥, 거금도까지 닷새 동안 남도의 봄을 사진으로 담았다. 하늘에서 본 봄은 어떤 모습일까?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종달새의 시선으로 들녘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항공촬영용 사진장비인 드론의 힘을 빌렸다.
첫날 도착한 고창 청보리밭. 샛노란 보리 새싹이 어른 발목 높이만큼 자라 있었다. 배추 수확이 끝난 해남의 황토밭. 농부들이 고구마를 심기 위해 가르마처럼 곱게 밭을 갈아놓았다. 배를 타고 들어간 ‘느린 섬’ 청산도는 뭍보다 봄이 빨랐다. 지천으로 심어진 봄동은 겉절이해서 먹어도 될 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고흥반도 남쪽의 거금도. 아낙네들은 양파밭 고랑을 따라 살진 젖가슴 같은 흙을 밟으며 호미질을 하느라 하루 해가 짧았다.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남도의 들녘. 봄은 논두렁길 발자국을 따라 나물향 퍼뜨리며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 한 해라도 봄이 오지 않은 적이 있던가. 이제 우리 마음속에 봄이 올 차례다.
* 모든 사진은 2대의 드론을 이용해 총 21차례 촬영했다. 드론 한 대는 청산도 전복 양식장의 모습을 찍다가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바닷속에 잠긴 사진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지면에 다 싣지 못한 사진은 경향신문 홈페이지 www.khan.co.kr에서 볼 수 있다.
<사진·글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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