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感動·共感

[일사일언] 王宮 커피숍

바람아님 2016. 4. 15. 11:50

(출처-조선일보 2016.04.15 여미영·디자인 스튜디오 D3 대표)


여미영·디자인 스튜디오 D3 대표 사진화려한 꽃들이 피어나고 녹음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게 되는 
서울의 커피숍이 있다. 드디어 나의 커피숍이 새로운 계절을 맞았다.

오랜 이탈리아 생활을 청산하고 몇 해 전 한국에 와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커피였다. 
현지 사람들 식습관 따르는 것도 중요한 적응이다 싶어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대로 살다 보니 
지난 십여 년간 아침에는 카푸치노, 점심과 저녁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습관이 자연스레 들었다.

'커피 천국' 이탈리아에서 골목 어귀마다 있는 작은 커피숍, 카페테리아(Caffetteria)는 
하루의 활력을 주는 공간이자 동네 사랑방이다. 
출퇴근과 점심, 그 짧은 시간에 선 채로 커피를 마시면서 바리스타와 인사를 나눈다. 
갓 갈아낸 원두를 우려낸 원액을 가지고 바리스타는 메뉴에 없는 커피도 마술처럼 만들어냈다.

요즘 한국에선 브랜드를 내세운 대형 커피숍들이 유난히 많다. 
처음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쾌적한 시설이 반가웠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비해 두세 배 넘는 가격에 맛도 특별하지 않다. 
실내에 들어서면 이곳이 서울인지 제주도인지, 한국인지 미국인지 모를 만큼 개성도 부족하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그런데 최근 내게 특별한 커피숍이 생겼다. 바로 덕수궁이다. 
입장료 1000원만 내고 대한문으로 들어가면 수려한 초목과 건축물 사이를 거닐면서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오후의 피로를 씻어내릴 수 있다. 
커피를 즐긴 것으로 알려진 고종 황제가 커피와 연회를 즐겼던 정관헌도 이곳에 있어 공간적 의미를 더한다. 
왕족이 즐겼을 연못의 풍경이 유리창 가득 들어오는 덕수궁 내 실내 커피숍도 훌륭하다.  
입장권과 커피 가격을 합쳐도 시내보다 비싸지 않다.

가끔 외국 친구들과 함께 들르곤 하는데 '진정한 럭셔리'라며 감탄했다. 왕궁에서 커피를 마시다니! 
여기에 무료 와이파이까지 제공되니 외국 친구 몇몇은 아예 책과 노트북을 들고 이곳을 찾는다. 
커피는 맛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다. 
스토리텔링과 특별한 경험이 있는 '덕수궁 카페', 올봄 한 번 가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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