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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너도 옳고, 다른 너도 옳고..

바람아님 2016. 6. 7. 23:52
국민일보 2016.06.07. 17:59

사람이 일할 때가 있고 놀 때가 있는 법인데, 일하고 싶은 젊은 개미들이 일할 곳이 없어 베짱이처럼 놀고 있다. 한숨만 느는 개미들이 베짱이처럼 놀아도 될 만한 날에 개미처럼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판에, 그동안 순방 성과가 가시적으로 크게 드러나거나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 뚜렷하지도 않은데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너무 잦은 것 같다는 의견도 많다.

‘세일즈 외교’ 성과를 크게 부각시켰던 지난 정부의 양해각서 대부분도 폐기돼 실제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고 한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젖 짜는 여인처럼 통 안에 든 우유로 자신의 미래를 밝힐 여러 구상을 하는 중에 그만 통이 떨어져 우유가 통째로 쏟아져 계획했던 꿈이 사라지고 마는 것과 같이 실효성 없는 양해각서는 쏟아진 우유와 같다. 어쨌거나 경제가 어려울 때 국내에서 경제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해외에서 블루오션 하나를 개척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이라니,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병이 날 만큼 불철주야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사명감을 갖고 잘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은 것 같다. 집안일조차도 가족 간에 뜻이 잘 맞아야 이뤄지는데 국가 일을 한 사람만의 힘으로 잘 운영할 수는 없을 테니 모든 일을 대통령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게다. 국정운영의 여러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 지도자에 대한 기대치가 큰 만큼 여러 일로 비판의 소리도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정당한 비판의 소리로 볼 수 없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국민의 자세도 많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뜻을 모아 세운 내 나라 대통령의 인격을 지켜주지 못하고 하등한 동물에 비유하며 인격모독적인 욕설까지 섞어 폄하하는 것은 저급한 감정의 배설일 뿐이며 결국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 아닐까. 같은 내용이라도 존중받을 수 있는 비판이 되도록 인격을 갖추고 성숙하게 합리적으로 잘 비판하자. 

‘너도 옳고, 다른 너도 옳고, 또 다른 너도 옳다.’ 황희 정승의 말씀이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