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14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얼마 전 한 여성 환경 단체의 초청으로 한국의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한국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던 것은, 타인의 외모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너는 살만 빼면 예쁘겠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사실 그런 말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핀란드는 다른 이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면 절대 안 되는 문화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좀 적응되다 보니 그런 말을 쉽게 하는 문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외모에 관한 지적을 들어도 그냥 웃고 넘어갈 때가 많지만 심한 경우에는 못 참는다.
한번은 저녁 자리에서 내가 등산을 좋아한다고 하니 상대방이 "산에 못 오를 것 같다" "올라갈 수 있는지 보자"는 식으로
여러 번 말했다. 결국 나는 뚜껑이 열려서 "아저씨, 그렇게 예의 없게 말하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는 것도 한국에 와서 놀란 관행 중 하나다.
사람 경력이 중요하지, 사진은 왜 붙여야 하는 건지?
게다가 이력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입사 면접 때문에 성형수술까지 하는 보도를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외모가 스펙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정말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한국의 TV 광고를 보고 놀란 적도 많다.
한 광고에서 '넌 더 예뻐져야 하니까'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고 정말 불쾌했다.
예쁜 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한국 친구들에게 했더니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런 말에 이미 무감각해진 것 같았다. 핀란드에서 그런 문구를 광고에서 썼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핀란드라고 외모에 대한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나라마다 그 방식과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인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최근 피트니스가 인기를 끌면서 근육을 키운 여성들이 연예인이 되는 현상이 생겼다.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는 경쟁 바람이 불다 보니 극단적 다이어트를 하다가 식이 장애가 생기는 일이 뉴스에 나올 만큼
사회적 문제가 됐다. 어디서나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독(毒)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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