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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진실과 진정이 담긴 삶

바람아님 2016. 6. 15. 00:30
국민일보 2016.06.14. 17:51

얼마나 근거 있는 정확한 통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세 명 중 한 명은 사망 전 암에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전 함께 직장 생활했던 분이 암으로 사망했고 지금 매우 위중한 상태에 있는 분도 있으며, 실제로 주변에 암 환자가 많다. 건강해 보이던 사람의 부고를 갑자기 들을 때마다 잠잠하던 마음에 파도가 출렁이며 삶을 반추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만 열심히 사느라 애만 쓰다가 무엇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명한 무엇이 되어보지도 못한 채 목적지는 저 멀리 두고 황망히 마지막 길을 가는 이들을 보면 정말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스갯말로 군대보다 더 힘들다는 세상에서 그때그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물결치는 대로 흔들리며 표류한다면 덧없는 세월만 흘려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든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던 때,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기준은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누구의 삶이든 진실함이 담긴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뉴요커나 깊은 산골의 촌부나 결국 똑같이 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자연이 주는 천혜의 환경을 최고의 축복으로 알고 욕심 없이 순전하게 사는 촌부의 삶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경쟁적 이기심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뉴요커보다 못 하다고 할 수 없겠다.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남의 삶을 훼방이나 하고 구경하듯 기웃거리고 엿보며 부질없이 참견질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놓쳐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남이 주는 부당한 상처도 버려야 할 짐과 같은 것이다. 버려야 할 짐을 끌어안은 채 타인의 평가와 시선이 부담스러워 마음에 옥문을 채웠다면 꽁꽁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영혼에 생명의 에너지를 채우고 매 순간 진실함과 진정성을 갖고 올바른 항해를 위하여 노력한다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될 것이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