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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헤겔 철학] 인간의 정신력은 자연의 힘보다 위대하다?

바람아님 2016. 7. 22. 11:25

(출처-조선일보 2015.12.03 기획·구성=김지연 기자/채석용 대전대 교수(철학))


[헤겔 철학]

알프스도 아름답지 않다며 자연 하찮게 본 헤겔
인간 집단이 공들여 만든 것 더 우월하다 여겨
인류 역사 이끈건 변화·발전하려는 정신이라 봐

자연이 더 아름다울까요, 아니면 인공물이 더 아름다울까요?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학생은 자연이 더 아름답다고 대답하더군요. 아무리 아름답게 정원을 꾸며도 
금강산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고, 아무리 정교하게 인공보석을 다듬어도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림처럼 아름답다."

우리가 접하는 자연 가운데 매우 아름다운 장면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그림의 경지에 가깝다는 의미로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요. 이 표현은 '자연이 그림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즉, 이 표현에 의하면 자연이 그림이라는 인공물보다 못한 것이 되고 말아요. 
이처럼 우리의 마음 한쪽에는 인공물이 자연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있어요.
[철학이야기] 인간의 정신력은 자연의 힘보다 위대하다?
▲ /그림=정서용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은 왜 '금강전도'를 그렸을까요? 만약 금강산이 '금강전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면
왜 공을 들여 보잘것없는 그림을 그리는 수고를 했던 걸까요? 예술가들은 모두 헛수고를 하는 사람들일까요?

헤겔은 자연을 인공물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해요. 
실제로 모든 자연이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죠.
헤겔은 더 나아가 '인공물이 자연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주장한 사상가예요. 
그는 예술가들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았죠. 헤겔은 세상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알프스조차 아름답지 않다고 여겼을 정도로 자연을 하찮게 생각했어요.

자연(自然·스스로 '자'와 그러할 '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풀면 '스스로 그러함'이에요. 
아무런 노력이나 계획 없이 본래부터 우연히 그렇게 주어진 모습대로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헤겔은 자연을 칭송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요. 한편 인공물은 자연과 달리 미래를 설계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하는 인간이 공들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자연보다 훨씬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라고 보았지요.

그림과 자연 중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림과 자연 중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전도(왼쪽)와 개골산(금강산의 

겨울 별칭)의 비로봉 풍경(오른쪽)이에요. 

헤겔은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보다 

예술가가 공들여 그린 그림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조선일보 DB·현대아산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세워진 '부르즈 할리파'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에요. 

163층·828m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로 웬만한 도시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요. 

헤겔은 이처럼 인간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건물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그렇게 있는 알프스보다 아름답고 

위대하다고 본 거예요. 부르즈 할리파는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위대한 인공물은 결코 한 사람에 의해 지어질 수는 없어요. 

설계하는 사람과 건설하는 사람, 건물의 위험성을 검사하는 사람, 건물을 나중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하나의 건물을 만들게 되지요. 

어느 누구도 부르즈 할리파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지 못해요. 

헤겔은 이처럼 개인의 힘이 아닌 집단의 힘으로 창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러나 집단이 저절로 아름다운 

인공물을 탄생하게끔 하는 건 아니에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지요.


부르즈 할리파는 아랍에미리트 군주 겸 대통령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의 결단과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에요. 할리파 대통령은 부르즈 할리파의 설계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건설 기술도 없고 위험을 감지할 능력도 
없지요. 그러나 그에게는 부르즈 할리파를 세우겠다는 의지, 즉 정신(精神·마음의 자세나 태도)이 있었어요. 
헤겔은 정신의 힘을 강조했어요. 인간은 부르즈 할리파를 세웠던 것처럼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고민하고 분투하면서 
발전해 왔어요. 이러한 인간의 발전 과정을 통틀어 기록한 것을 역사라고 말하지요. 
헤겔은 인간에 의해 발전해 나가는 역사야말로 아름답고 위대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사를 발전시켜 온 주역은 누구일까요? 부르즈 할리파는 할리파 대통령이라는 구체적인 인물의 정신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요. 그러나 시야를 넓혀 역사 전체를 생각해보면 도대체 인간 역사를 지금처럼 발전시켜 온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지지요. 헤겔은 그 주인공을 콕 집어서 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고 '세계정신(世界精神· 헤겔의 철학에서 
세계 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실현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해요.

조만간 세계 최고층 건물의 영광은 부르즈 할리파(828m)에서 완공을 앞두고 있는 중국 후난성의 스카이시티(838m)로 
넘어갈 상황이라고 해요. 2019년엔 사우디아라비아에 높이가 1㎞에 달하는 킹덤 타워가 세워질 예정이라고 하니, 
인간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그 한계가 궁금해지기도 하죠.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자꾸 더 높은 건물을 지으려고 
경쟁하는 걸까요? 그 이유 역시 헤겔은 세계정신에서 찾아요. 즉, 더 높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세계정신의 의지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여 하늘을 찌르는 위대한 건물을 만들도록 한 거예요. 
헤겔은 인류의 역사가 이처럼 세계정신에 의해 발전해가는 것이라고 봤어요.

헤겔은 인간의 집단적 노력과 그 노력을 가능하게 만든 정신의 힘을 강조함으로써 자연보다 위대한 인간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어요. 여러분도 오늘날 세상을 이끌어가는 세계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