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25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서울 시내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역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한다. 교회 소강당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에는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석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조는 학생, 떠드는 학생 등 여느 교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조는 학생, 떠드는 학생 등 여느 교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날은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순식간에 강당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녀는 무성영화를 상영할 때,
줄거리를 읽어주던 변사(辯士)처럼 표정과 말투를 바꾸어 가면서 수업을 했다.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아이고, 저걸 어째, 쯔쯧"이라고 탄식하고
흰 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거나 훌쩍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즉시즉시 반응을 나타낸다는 점이 여느 수업과는 많이 다르다.
친구는 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천천히 수업을 이어갔다.
사도세자 수업이 끝나자, 수업 내내 열심히 메모하던 학생이 친구에게 다가와 "수업 자료(PPT)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흔쾌히 자료를 건네주었다. 그 학생은 어버이날 자녀들에게 사도세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자신의 학생들 중에서도 '할머니 제자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할머니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눈빛에서 슬프고 기쁜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는 "수업을 마치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인문학 강좌를 듣거나 역사 수업을 받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몸이 늙는 것이지, 마음이 늙는 것이 아니다.
나이만큼 깊은 연륜으로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면 즐거움과 보람도 배가(倍加)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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