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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0] 스포츠의 축복

바람아님 2016. 8. 23. 19:38

(출처-조선일보 2016.08.23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개막식 며칠 전까지 건축 중이던 경기장 모습이 스포츠 팬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리우올림픽은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아일랜드 출신 히키 IOC 위원의 암표 판매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있긴 했지만 주최국의 책임은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저예산으로 치러졌지만 브라질의 멋과 흥을 보여 준 개·폐막식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돈 잔치가 아닌 지구촌 축제로서 올림픽의 좋은 선례가 되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메달 수에서는 조금 후퇴했지만 선수나 국민이나 즐겁게 경기를 하고 감상한 점이 

매우 기뻤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메달을 갖다 바치지 못하면 어떤 벼락을 맞을지 모르는 

북한 선수들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동서 냉전 중에 공산권 국가들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이 전투 훈련 이상으로 살벌했다고 한다. 

구소련에서는 선수들에게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비롯해서 보통 국민은 평생 맛도 못 볼 산해진미를 매일 먹이면서 

얼마나 살인적인 훈련을 하고 우승에 대한 압박을 무섭게 주었는지 한때 운동선수들의 평균 수명이 29세였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구동독 선수들도 메달을 따지 못하면 '폐품'이 되었다고 하고,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만 13세에 금메달을 딴 

중국 다이빙 선수 푸밍샤는 9세 때 국가대표선수 양성소에 들어간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0번씩(4~5시간, 

때로는 9시간의) 다이빙 연습을 했고 집은 1년에 두 번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의 경기는 선수들 기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투입한다. 

지원 금액과 성적이 상당 부분 비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이 선수를 노예처럼 묶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완고한 유교적 가풍 때문에 운동과 담쌓고 자라서 지독한 몸치가 되고 보니 자기 몸을 단련하여 아름답고 강건하고 

정밀한 도구로 가꾸어내는 운동선수들이 너무나 부럽다. 

그리고 올림픽 정신으로 생을 경영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올림픽 정신'의 저자 스콧 프로딩햄의 시가 아름다운 올림픽 정신을 말해준다. 

'당신은 나의 적수지만 나의 적은 아니야/ 당신의 저항이 내 힘을 북돋고/ 

당신의 강인함이 내게 용기를 줘./(…)/

 비록 내가 당신을 제압하더라도 당신에게 굴욕을 주진 않을 거야./ 

오히려 당신의 이름을 드높이겠어./ 당신이 나를 거인으로 키워줬으니까.'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 영국 고립주의의 뿌리(2016.06.21)


[2] 미국을 다시 백인의 나라로?(2016.06.28)


[3] 民辯, 21세기 한국의 돈키호테들(2016.07.05)


[4] 여자 목숨, 파리 목숨(2016.07.12)


[6] 테러의 현장에서(2016.07.26)

[7] 갑질하는 당신의 진짜 몸값은?(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