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칭찬과 아버지의추억

바람아님 2013. 7. 21. 20:25

 

                                                                                        <관곡지 연꽃테마파크>

                                                                                                   

 

 

  

칭찬과 아버지의추억 / 芯  九

 


국민학교 5학년때 일게다
나는 도시근교의 농촌에서 9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다 보니 큰형이 마치 아버지 같았다 실제로 장 조카가 나보다 나이가

세살이나 더 많다. 이러니 세대차가 커 형님들과는 마땅한 놀이도 없고

또 공부하러 외지로 떠나 집에 남아 있는 형도 결혼을 했으니 나와 놀아줄리

만무하다. 식구들은 많아도 같이 놀사람 없는 외톨이인 셈이다.
아버지도 손자 같은 아들이니 별로 살갑게 말을 해주시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난 늘 학교 갔다오면 대청 마루에 책보 던져 놓고 얼기미(채)와 양은

주전자들고 냇가로 달려갔다. 냇가에는 송사리,중태기,미꾸라지,돌구구리,

피라미,빠가사리,갈라리(갈겨니) 그리고 가끔은 붕어도 있다.
고기 잡는것이 유일한 놀이이고 재미였다.


한참을  잡다 보면 어느새 산그림자 내려 앉고 반주전자가 넘게 고기를 잡았다.
대충 더렵혀진 옷을 물로 씻고 돌아 올때는 기분이 좋아 학교에서 배운 동요

몇마디를 부르며 집으로 오는 길에 남의 밭이지만 깻잎도 따고 풋고추도

몇개 딴다. 그시절에는 이런정도는 큰 문제가 않되던 시절이다.
지금 같으면 도둑이라 소리칠 일이다.

잡은 고기를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어머니한테 양념을 해 달라고 해서

풍로에 숯불 넣고 냄비 올려 끓을때까지 옆에서 지켜 본다 왜냐면 물고기

매운탕 끓는 냄새가 참 좋았다.
고추가루 듬뿍 넣어 매콤하고 아까 따온 깻잎의 고소함,마늘의 얄싸한 냄새등
입맛을 다시게 하는 냄새다.

 

저녁상이 차려지고 끓고 있는 매운탕을 아버지상에 내려 놓으시며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오늘도 막내가 물고기를 잡아 왔어요 잡숴 보세요"
한숟가락들고 아버지는 "허허, 그거 맛이 괜찮으네" "너도 어서 먹거라" 하신다.
그말에 나는 무슨 큰 벼슬이나 한것처럼 기분이 좋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여간해서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 아버지의 그말씀은 내게 칭찬으로 들렸고
그후로도 나는 그 칭찬을 들으려고 더 자주 냇가를 찾곤 했었다.

 

그러던 아버님이 전쟁으로  황폐화된 산에 나무심는 일을하시다 당한 사고

후유증으로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돌아 가셨다.

2학기 중간고사를 보는 10월 어느 날 아침 아버지의 병세가 심상치 않았다.

형제들은 모두 가정을 이뤄 살림을 나갔고 집에는 달랑 어머니와 나

그리고 바로위 누나 이렇게 셋밖에 없어 덜컥 겁이 났다.

힘없어 말도 못하는 아버지는 눈과 턱으로 괜찮으니 어서 학교 갔다

오라고 하신다.나는 망설였으나 아버지는 눈짓으로 어서 학교 가라 하신다.

 

나는 시험이 끝나자 마자 하느님께 기도하며 십리길을 뛰었다.

숨을 헐떡이며 고갯마루에 올라서 우리집을 찾았고 집옆에 있는

저수지둑에 하얀 빨래가 널려 있는게 보였다.

불길한 예감에 단숨에 저수지둑에 올라 빨래를 살펴보니 아버지 옷과

이부자리였다.

누나가 아버지 이부자리와 옷가지를 빨러 간 사이에 어머니만을 바라 보시며

아버지가 운명 하신 것이 었다.

9남매를 두어 남들이 다 부러워 하던 아버지 였는데 아무도 임종을 못하는

불효를 저지른 것이다. 아버지는 소문난 효자로 할머니 돌아 가셨을때

동네에서 처음으로 할머니를 꽃상여로 모셨었다.


지금도 나는 커다란 고기보다 작은 민물 잡고기 매운탕을 좋아 한다.
요즘은 민물 매운탕집이 별로 없지만 어쩌다 기회되어 잡고기 매운탕을

먹을때면 아버지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허허,그거 맛이 괜찮으네""너도 어서 먹거라"


 ♪ the day after you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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