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엽지추(一葉知秋) 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나뭇잎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뜻으로 하찮은 조짐을 보고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그렇다. 우리는 가랑잎이 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깊어감을 안다.
그러면 가을에 왜 나뭇잎이 뚝뚝 떨어지는 것일까. 봄·여름에는 식물 생장 호르몬인 옥신 때문에 왕성했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옥신이 파괴되면서 나무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 틈새가 생기고, 바로 이 틈새 탓에 비바람이 치면 낙엽이 떨어지게 된다. 또 초목의 잎 따위가 시들어 떨어지는 만추(晩秋)에 들면 활엽수·침엽수 가릴 것 없이 모두 낙엽이 떨어진다. 그러나 은행 같은 넓은 잎나무는 그해 봄에 난 잎이 떨어지지만 소나무 따위의 바늘잎나무는 2~3년 전의 잎이 떨어지고, 1~2년 것은 붙어있다. 특히, 가을 나무들은 자신의 생명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잎을 다 떨어뜨린다.
모든 산이 울긋불긋, 가을을 잔뜩 머금은 예쁜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이처럼 나무마다 서로 다른 빛깔의 옷을 입는 이유는 다양한 염료 때문이다.
식물도 물질대사를 하기에 노폐물이 생기지만 사람처럼 콩팥 같은 배설기가 없는지라 세포 속 액포(液胞)라는 작은 주머니에 배설물을 모았다가 지는 잎에 실어 내 버린다. 이 주머니에는 당류·유기산·무기염류·비타민 등 숱한 유·무기물과 안토시아닌·카로틴·크산토필·타닌 같은 광합성 보조색소도 녹아 있다. 이들 보조색소가 봄·여름 내내 짙푸른 엽록소 그늘에 덮여 있다가 냉기에 초록빛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드러난다. 그래서 카로틴은 감잎을 싯누렇게, 크산토필은 은행잎을 샛노랗게, 타닌은 참나무 잎사귀를 거무칙칙하게 물들인다.
하지만 붉은 빛깔 단풍은 좀 다르다. 붉은 단풍은 광합성으로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만들어져 나타난다. 당분이 안토시안을 만나 잎을 맑고 밝게 염색하니 청명한 날이 많을수록 당이 더 많이 만들어져 색이 더욱 예쁜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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