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2.27 손철주 미술평론가)
내간(內間) 풍경을 좀 훔쳐보련다. 여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보암보암이 어엿한 집안의 규수는 아닐 테다. 꾸민 티가 색스럽고 하는 짓이 들떠 있다. 치마가 강동해서가 아니라, 무릎 한쪽을 올리는 바람에 속곳이 살짝 드러났다. 는실난실하게 구는 꼴이 으레 저렇다. 신분은 기생으로 봐야 옳다.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그녀 입매가 자꾸 생글거린다. 아마 오기로 약조한 임이 있을 거다. 저 경대는 또 몇 번이나 눕혔다 세웠을꼬.
'미인 화장'… 전(傳) 김홍도 그림, 종이에 담채,
24.2×26.3㎝, 18세기, 서울대박물관 소장
이 그림, 지분 냄새가 화면 밖으로 번진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색한 곳도 더러 눈에 띈다. 기울어진 거울 받침이 잘못됐고, 속바지 사이로 나온 버선발은 비례가 틀렸다. 화가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단원(檀園)'이란 글씨는 김홍도(金弘道·1745~?)의 필력에 떨어지고 묘사력도 그의 솜씨에 모자란다. 다만 표정을 그린 붓질이 마침가락이다. 눈동자가 또랑또랑하고 앵두 빛 입술이 남정네를 호릴 만하다. 이 저녁에 기생이 부릴 수작이 눈에 선하다. 조선 후기 문인 이안중(李安中)이 본 듯이 시를 썼다.
'술잔 들고 낭군이 말하길/ 맑은 향기에 술맛이 더 좋구려/
웃음 지으며 낭군에 던진 말/ 제가 마시고 남긴 술이거든요.'
그 그림에 그 대거리다. 다들 참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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