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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03] 대탐소실(大貪小失)

바람아님 2019. 1. 2. 09:13
조선일보 2019.01.01. 03: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교수신문은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평등 세상 구현의 짐을 내려놓지 말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에 이어 또다시 사뭇 긍정적인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예년의 교수신문 사자성어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음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에 거는 교수 사회의 기대가 남다른 듯싶다.


'작은 것을 탐하다 되레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의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그리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면 시무룩하다가 반대로 아침에 네 개를 먼저 주고 저녁에 나머지 세 개를 준다면 이내 해해거리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우를 범하거나 당장 눈앞의 성과에 눈이 어두워 두고두고 거둘 이익을 걷어차는 살계취란(殺鷄取卵)을 저지르기도 한다.


2019년 새해 첫날 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미리 발의하고자 한다. '소탐대실'을 뒤집어 '대탐소실(大貪小失)'을 제안한다. 취준생 사이에서는 '대기업만 바라보다 알짜 중소기업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회자된다지만 실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원칙 한두 개는 철저히 지키되 자잘한 것들은 대범하게 흘려보내도 좋다는 뜻이다.


일곱 명이 벌이는 포커 게임을 연상해보자. 그저 그런 패를 들고 번번이 혹시나 하며 운을 탐하다 보면 거덜나기 십상이다. 판이 일곱 번 돌 동안 한 번만 이기면 본전은 챙긴다. 싹수가 노랄 땐 주저 없이 접고 이길 조짐이 보일 땐 작심하고 판을 키워 거둬들이면 딸 수도 있다.


유사 이래 '소탐대실'을 반복하며 크게 된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우리 모두 '대탐소실'의 여유를 갖고 범사에 서로 양보하면 본인에게도 유리하고 우리 사회도 훨씬 살기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