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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09] 동물의 소리

바람아님 2013. 12. 29. 09:46

(출처-조선일보 2011.05.0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동물 세계의 의사소통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시각·청각·후각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동물계 전반을 훑어보면 이 셋 중에서 후각에 의한 의사소통이 단연 으뜸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비교적 후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고 주로 시각과 청각을 사용한다. 정교한 언어와 부호 체계를 개발하여 끊임없이 말하고 쓰고 듣고 읽으며 산다. 전기 덕택에 한밤중에도 불야성을 이룩한 인간은 예전에는 듣던 걸 요즘엔 주로 읽으면서 시각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휴대폰을 가지고도 전화보다 오히려 문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청각은 시각에 비해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여전히 많은 동물에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실제로 자연에는 해가 진 후에야 훨씬 다양한 소리가 돌아다닌다.

귀뚜라미는 한쪽 윗날개 뒷면에 일렬로 가지런히 돋아 있는 미세돌기들을 반대쪽 날개의 가장자리에 있는 마찰편으로 긁어 소리를 낸다. 여치와 베짱이는 뒷다리 안쪽에 있는 돌기들을 날개 표면에 비벼 소리를 만든다. 이들은 모두 이를테면 첼로나 기타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는 셈이다. 호흡을 하기 위해 들이마신 공기를 후두(larynx)로 내밀며 성대를 울려 소리를 내는 포유동물이나 울대(syrinx)를 울려 노래를 하는 새들은 모두 관악기를 불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개구리나 맹꽁이 같은 양서류도 폐로 들이마신 공기를 울음주머니로 밀어내며 후두의 막을 흔들어 소리를 내니 역시 관악기 연주자들이다. 매미는 고막처럼 생긴 막의 끝을 근육이 붙들고 흔들어 소리를 만든다. 막의 흔들림으로 소리를 낸다는 점은 마찬가지이지만 북처럼 큰 막의 진동으로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 관악기보다는 오히려 타악기를 연주한다고 보는 게 좋을 듯싶다.

자, 이쯤 되면 현악기·관악기·타악기가 다 모였으니 일단 오케스트라의 기본 구성은 갖춘 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피아노가 빠졌다. 혹시 딱따구리를 부르면 와 주려나? 어린이날을 맞아 임진각 경기평화센터에서 신기한 동물들의 소리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동물의 소리 탐험전'이 열린다. 다양한 동물의 소리를 듣고 흉내도 내보고 동물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합주도 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되리라 믿는다.

 

 

 

 


      [근황소식]

     본 칼럼의 칼럼리스트인 최재천 교수가 원장으로 있는 "국립생태원"이 12월27일 정식 개원식을 갖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 소식을 알려 드립니다.  

        

 
 

27일 서천군 마서면 송내리 일대에 터를 잡은 국내 최대의 전문생태 연구·전시·교육기관인 국립생태원이 이날 오후 개원식을

가졌다.

‘건강한 생태계, 행복한 국민’을 슬로건으로 한 국립생태원의 개원행사엔 지역민들과 정홍원 국무총리, 윤성규 환경부 장관,

최재천 원장, 나소열 서천군수 등 정부대안사업 협약 6개 관계부처 장관, 국회의원, 학계, 민간단체 관계자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오늘 개원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당초 서천 갯벌을 메워 산업단지로 만들고자 했던 계획은 많은 갈등과 대립을

불러온, 전형적 개발-보존 간 갈등 사례였지만 지역주민이 정부·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냈다”고 평가하고,

“정부는 갈등사례 극복의 모범이 되어온 이 지역이 지역개발의 훌륭한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한 “국립 해양생물자원관과 국가 생태산업단지까지 차례로 조성되면 서천은 명실상부한 생태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립생태원에는 ▲‘하루만의 세계 기후대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체험관 에코리움 ▲홍보관·전망대·영상관을 갖춘 다목적공간

의 방문자센터 ▲한반도 고유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공간의 한반도 숲 ▲습지생태원 ▲고산생태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식물 4600여종 4만5000여 개체와 동물 240여종 4200여 개체를 선보일 전시관은 열대우림,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기후대별 생태계 설계와 전시로 더 체계적인 생태전시·체험교육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대안사업 중 하나로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해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내년 초 개관됨에 따라 이에

연계한 대표적 생태전시 체험코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서천군은 방문객 음식 및 숙박, 지역농・수・특산물 판매, 방문객 관광 프로그램 운영, 대안사업 연계 일자리 창출,

정주 환경개선, 기타 연계발전 주요사업 등 6개 분야 29개 세부추진계획을 세워 실·과·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이 지난 2년

동안 꼼꼼히 준비해왔다.

 

   
 

군은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다양한 계층의 방문객들이 서천군을 찾도록 유도하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로 국립생태원이 지역발전을 견인할 핵심 동력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국립생태원이 오늘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감으로서 세계적인 생태도시로의 입지를

마련했으며, 국립생태원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 개발로 연간 80여 만명의 방문객과 2000억원

이상의 지역발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989년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의 대안사업인 국립생태원은 현재 개원이 이루어졌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올해

준공 및 내년 초 개관,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가 내년 초 착공이 예정돼 있는 등 정부대안사업의 마무리로 서천발전의 원동력과

초석이 마련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당분간 무료로 운영되다 내년 3월쯤 입장료를 받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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