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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65] '철저'한 법무장관? No, No!

바람아님 2019. 8. 27. 07:33

(조선일보 2019.08.27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셰익스피어 '맥베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이 우울한 날들에 그래도 잠시 웃게 해주는 인터넷 유머는 '정유라한테 승마 배울래,

조○한테 수술받을래?'이다.

조씨는 28년이라는 세월을 철저하고 용의주도한 아빠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시달리다가

이제 고졸(중졸?) 학력으로 몰락할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의사 노릇을 안 하게 된 것이 그녀 자신과 그녀의 애꿎은 환자들을 위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기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을 기어코 의사를 만들려고 그토록 술수를 쓴 것이 조국 일가가 웅동학원을 없애고

대신 병원을 지으려는데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가족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사실이라면

조씨는 면허만 따면 의료 행위는 안 해도 되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조씨가 능력도 적성도 안 맞는 의전원에 다니기 싫다고

부모에게 읍소(泣訴)를 하면 조국이 '의사 면허 딴 다음엔 네 맘대로 살아'라고 달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요일에 조국이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아버지로서 불철저하고 안이했다'고 '반성'을 하는 데는 기가 질렸다.

조씨가 목표한 대학과 대학원에 응시하는 해에 조씨를 위해 고안된 듯한 입학제도 신설 또는 수정이 행해진 것,

조씨가 유급을 면하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부산대의전원의 학칙이 바뀐 것, 조씨를 위해 마련된 듯한 대학과 기관들의

인턴 기타 (일시적) 제도들…. 이것들이 조국의 철저한 기획 없이 우연히 된 것일 수 있을까?

조국이 그보다 철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조국은 딸의 진학이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럼에도 그 법과 제도에 '접근할 수 없어서'

상처받은 사람도 있을 것임을 인정했다. 그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법과 제도는 어느 나라 법과 제도였을까?

그는 그럼에도 '저의 가족이 고통스럽다 해도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는 없'단다.

어느 출사표가 이토록 비장할까!


그가 그동안 SNS와 기고문을 통해 쏟아낸 무수한 위선적 발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인사들의 불운이나

몰락을 비웃는 잔혹한 말들은 그가 지극히 위험한 반사회적 인간임을 입증해준다.

'법과 제도를 따라'서 국고를 축내고 서민을 울리는 자가 법무장관이 되면 나라가 무사할 수 있을까?


조국도 자기의 국기 문란 행위를 뉘우칠 날이 있을까?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맥베스는 거대한 대양(大洋)도 자기 손에서 반역의 피를 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바다가 붉게 물들 것이라고 통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