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10. 8. 21:09
" 중국어 학자인데 왜 훈민정음을 연구하세요? "
첫 질문에 환갑의 교수는 훈민정음 언해본을 펼친 뒤, 낯설면서 익숙한 ‘ㅈ, ㅊ, ㅅ’, ‘ㅅ, ㅆ, ㅈ’ 글자를 보여줬다. ㅈ(지읒), ㅊ(치읓), ㅅ(시옷) 좌우획 중 왼쪽을 늘어졌다면 혀끝이 윗니 뒤에 닿는 엷은 소리인 치두음(齒頭音), 오른쪽으로 늘어졌다면 혀끝이 아랫잇몸에 닿는 두터운 소리인 정치음(正齒音)으로 불리는 옛 한글 자모다. 쓰임새가 사라졌다고 가치가 사라졌을까. “중요한 가치를 지닌 옛 한글에 주목할 때”라고 답한 심소희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지난 4일 만났다.
심 교수는 고서에 있는 옛 한글을 주목한다. 옛 한글이 동아시아사 500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가치가 높은 고서는 훈민정음 언해본과 역관을 위한 중국어 교본 노걸대(老乞大)다. 특히 훈민정음 언해본 사본은 페이지가 덜렁거릴 정도로 수백번을 봤다.
심 교수는 옛 한글 재사용론자다. 한글 24자로 이뤄진 현행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외국어 표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옛 한글 28자모는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면서 24자로 줄었다. 심 교수는 “이미 현대 한글에 적응된 한국인에게 옛 한글을 활용한 외국어표현법을 적용하기엔 무리”라면서도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 한글을 통해 소수언어를 표기하는 이들을 위해 외국어표현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https://v.daum.net/v/20241008210946228
사라진 한글…"500년 전 훈민정음, 중국어 발음 더 정확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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