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22. 07:01
87세 엄마와 65세 딸의 사진전 ‘내 생의 화양연화’
지난 주 서울 종로구 경운동의 한 갤러리에서는 눈길을 끄는 사진전이 열렸다. 여든 일곱 살 엄마와 예순 다섯 살 딸이 함께 찍은 사진들의 전시회였다. 미수(米壽, 88세)를 앞둔 나이에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진은 어떤 것일까? 전시 첫날인 지난 13일 서울 운현궁 뒤 골목에 있는 전시장을 찾았다. 딸 전인숙 (65) 사진가가 있었고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엄마 이정인(87) 씨와 함께 사진을 걸게 된 사연을 들었다.
엄마가 80이 된 해에 전 씨는 자신이 쓰던 자동카메라를 드렸다. 딸이 준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엄마는 어느 날 “내가 찍은 거는 왜 네 사진처럼 뒤가 안 날아가니?”라고 물었다. 엄마 카메라는 ‘똑딱이 자동카메라’라 아웃포커스 기능이 없었다. 그렇지만 엄마도 딸처럼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다.
결국 전 씨는 줌렌즈가 있는 DSLR을 사드렸고, 어딜 가든지 엄마 이 씨는 카메라를 메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랜 남편의 병수발과 5남매 모두 잘 키우시고 고생만 하던 엄마는 나이 팔십에 카메라를 들자 집 밖으로 나가셨다. 딸은 “사진을 찍으며 엄마는 ‘나’라는 존재를 찾으신 것 같다”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 우리의 생은 어쩌면 그리 특별하거나 빛나는 모습이 아닐 수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오직 그 시간을 살아온 자신만 기억할 뿐이다. 사진은 그런 기억들을 기록하고 특별한 이야기로 남겨 우리 앞에 소환한다. 엄마는 카메라를 선물한 딸에게 “최고의 효도”라고 했다.
https://v.daum.net/v/20241122070141765
[C컷] 80에 시작한 사진, 生에 소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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