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6.28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성당 자리에는 5세기 초부터 교회가 서 있었다.
대도시로 성장한 피렌체에 걸맞게 이 비좁은 옛 건물을 웅장한 규모로 개축하기 시작한 것이 1296년이다.
대성당은 그로부터 무려 140년이 지난 후, 1436년에서야 완공됐다.
강산이 열 번 넘도록 변하는 동안, 수많은 뛰어난 건축가가 그 건설 현장을 거쳐 갔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단 하나의 이름은
필리포 브루넬레스코(Filippo Brunelleschi·1377~1446)다.
그가 바로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 55m 높이로 솟아오른 팔각형 건물 위에 직경 45m가 넘는 거대한 돔 지붕을 얹는 과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피렌체 대성당의 돔, 1436년 완성.](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6/27/2014062705201_0.jpg)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피렌체 대성당의 돔, 1436년 완성.
브루넬레스키는 원래 조각가였다.
1401년, 그는 세례당의 청동문을 주조할 조각가를 선발하는 공모전에서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기베르티에게 보기 좋게 패배했다.
좌절한 채 로마로 떠났던 그는 거기서 맞닥뜨린 놀라운 고대 로마의 건축물들에 매료됐다.
수년간 로마인들의 건축술을 연구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그는 거중기를 개발하여 3만7000t에 달하는 자재들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400만 개의 벽돌을 쌓아 올려 목재틀 없이도 스스로 지탱하는 돔을 완성했다.
그는 죽은 뒤 대성당의 지하 납골당, 즉 성인(聖人)이 아니면 허락되지 않던 곳에 묻혔다.
그의 업적은 가히 성스러운 기적과도 같았던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은 누구나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은 누구나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진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다.
브루넬레스키가 기베르티에게 패한 다음 그대로 주저앉았다면, 피렌체 대성당은 여전히 비가 들이치는 뻥 뚫린 구멍을
천장에 이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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