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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科學技術이 대한민국 정치에 주는 메시지

바람아님 2015. 2. 11. 09:20

(출처-조선일보 2015.02.11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인간의 본능·편견을 제어해 과학기술이 결실 이뤄냈듯 말보다 검증 결과만 믿어야
과거 해석에 너무 매달리고 미래 예측·설계 소홀하면 사회적 에너지 낭비하는 것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을 2억㎞나 떨어진 지구에서 자유자재로 조종하고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기원과 존재의 비밀을 밝혀낸다. 버튼 하나를 눌러서 지구 반대편 가게에서 직구(直購)할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이용해 몸 안의 암세포를 제거한다.
 2015년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과 기술의 결과물들이다.

추락한 전투기에서 생포된 조종사는 산 채로 불태워 죽이고 민간인 인질은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참수한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살당하고 이성(異性)이 아니라 동성(同性)을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에 차별받는다. 한 나라는 남는 식량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걱정하고 다른 나라는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2015년 인류가 만들어낸 정치와 사회의 결과물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창의적인 과학자·공학자·예술가가 대통령·총리·왕이 된다면 해결될까? 
플라톤이 주장했듯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정말 가장 뛰어난 철학자가 정권을 잡는 세상일까? 답은 '글쎄요'다. 
시리아의 독재자 알-아사드 대통령은 유명 안과의사 출신이고 히틀러는 화가였다. 
로마제국 최고의 지성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능력 위주로 후계자를 선발하던 선대(先代) 황제들과 달리 
무능력한 아들 콤모두스에게 제국을 물려줘 로마를 쇠망의 길로 가게 했다.

그렇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인간들이다. 
과학자·공학자·예술가·종교인·정치인·사업인·혁명가는 모두 인간이며, 우리의 본능이 정치·경제·사회적 선택을 크게 좌우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결국 과학기술의 성공은 과학기술을 하는 사람들의 성공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편견이 결정적 선택을 좌우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과학기술 방법론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사회에도 이런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 
상호(相互)관계와 인과(因果)관계를 혼동해선 안 된다는 점, 
동일한 조건 아래 반복된 관찰을 통해 검증된 결과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 
멋지게 포장된 말보다는 사실과 사실들의 논리적 연결이 더 중요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정치가 과학기술에서 배웠으면 하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이 세상 모든 일에 특정 원인이 있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헤겔이나 마르크스 철학을 믿는다면 역사는 논리적이며 거시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지만 
결국 아무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왜 중국이나 오스만 제국이 아닌 서유럽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앨 고어가 아니라 조지 부시가 당선된 것일까?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과 환율지표는 매번 뚜렷한 이유가 있어서일까? 
만약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하루 전에 그 이유를 알 수 없을까?

물론 사회·경제·역사를 좌우하는 거시적 흐름은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 이유 없는 랜덤적 현상도 존재한다. 
통계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선형회귀분석(linear regression analysis)을 생각해보자. 
관찰된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측정된 데이터 점(點)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선형(線形) 관계식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많은 점은 랜덤적 오차 때문에 주어진 선 밖에 있게 된다. 
모든 점을 직접 연결해 버리면 과거 데이터는 100% '설명'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미래 예측은 어려워진다. 
과도한 과거 해석을 위해 미래 예측과 미래 설계 능력을 포기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과(過)적합화(overfitting)'라고 부른다.

결국 과학기술이 대한민국 정치에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이렇다. 
과거와 현재를 과적합화하(overfitting)는 순간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거시적 문제가 아닌 
본질적 의미 없는 랜덤적 오차를 가지고 모든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