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8

[고두현의 문화살롱] 모파상과 루벤스의 특별한 '젖' 이야기

한국경제 2023. 4. 26. 00:19 ■ 생명의 원천과 '역발상 지혜' 젖몸살 여인 고통 덜어주려고 아이처럼 젖 빠는 '굶은 남자' 굶어 죽는 형벌 받은 아버지에게 감옥 찾아 젖 물리는 딸의 마음 강·바다·母性은 '문명의 젖줄' 풍요로운 땅 상징도 '젖과 꿀' 고두현 논설위원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가(Idylle)’에 나오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젖도 떼지 않은 애를 두고 남의 집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가는 여자, 그 여자의 젖을 어린애처럼 빨아먹는 낯선 남자…. 이 남자와 아이를 잇는 ‘젖’은 그야말로 ‘생명줄’이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빗줄기와 비옥한 평야를 휘감아 도는 강줄기,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물줄기도 이 같은 모성(母性)의 샘에서 발원한다. ‘여자의 일생’ ‘목걸이’ 등 모파..

[백영옥의 말과 글] [300]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

조선일보 2023. 4. 22. 03:03 인지 기능 장애에 관한 책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의 저자 ‘미야구치 고지’는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라, 시간 개념이 약한 아이들은 ‘어제, 오늘, 내일’ 정도에 걸쳐 생활하기 때문에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약하면, 지금 이런 일을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를 예상치 못해 이 순간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흘러가 범죄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일면 무관해 보이는 상상력과 범죄도 연관돼 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다면 원 형태의 무지개를 볼 수 있고, 동그란 무지개가 단지 상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https://v.daum.net/v/202304220303199..

[선데이 칼럼] 벚꽃 순서대로 폐교, 지방대학만의 문제 아니다

중앙SUNDAY 2023. 4. 22. 00:28 「 지금 같은 추세로 학령인구 줄면 수도권대학도 정원 축소 못 피해 정부와 대학, 민간 모두 힘 모아 지방대학 폐교 문제 해결 나서야 」 아직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은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인지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여파는 바로 수도권 대학에도 미칠 것이다. 인구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20년 후에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만으로 전국의 학령인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즉 현재의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이 지속된다면 지방대학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제 지방대학 폐교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은 영향이 없어 보이는 수도권 대학에도 곧 여파가 미칠 것이며, 우리나라의 현안인 지방소..

[이재호의 미술관 속 해부학자] 나르키소스와 마약

한국경제 2023. 4. 20. 00:38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진 ‘마약음료’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학원가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집중력에 좋은 음료 시음 행사’라고 속여서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학부모에게 자녀의 마약 혐의를 들며 협박한 사건이다. ‘마약 청정국’은 이미 옛말이 됐고, 심지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범죄가 벌어진 것이다. 마약의 사전적 의미는 ‘마취나 환각 등의 작용을 하는 약물’로, 습관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중독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수사와 단속에서부터 치료와 재활까지 광범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마약에 손대지 않아도 자신의 삶과 그 속의 노력에서 만족과 쾌감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ht..

[백영옥의 말과 글] [299] 착한 사람 콤플렉스

조선일보 2023. 4. 15. 03:02 수십년 전, 형편이 어려운 시절 무전취식이나 먹을 것을 훔쳤던 기억을 가진 노인이 피해 가게를 찾아가 사과하거나, 거액을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뉴스를 볼 때가 있다. 사람은 참 다양해서 범죄와 비리를 저지르고도 당당한가 하면, 소소한 잘못에도 평생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착한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게 잘못한 건 잊고 용서하지만, 본인이 잘못한 건 잊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길 잃은 죄책감이 방향을 옳게 틀면 염치가 되고, 친절이 된다. 내 친구들의 죄책감은 동물 복지를 위한 기부와 후한 팁으로 승화됐다. https://v.daum.net/v/20230415030233235 [백영옥의 말과 글] [299] 착한 사람 콤플렉스 [백영옥의 말과 글] [299] ..

[춘추칼럼] 봄날이 가도 삶은 계속되어야 해

대전일보 2023. 4. 14. 07:05 봄은 서둘러 왔다가 철수할 기색이다. 사월의 태양 아래 꽃들은 지고 나뒹구는 꽃잎들은 철수하는 봄이 남긴 사체들이다. 봄날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나간다. 희망과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 하던 우리의 전성기도 지나간다. 우리는 팔짱을 낀 채로 속수무책으로 지나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지금 당장 할 일은 봄이 떠나면서 흐트러뜨리고 어지럽힌 자리를 말끔하게 치우는 것이다. 봄날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저마다 제 인생의 이야기를 마저 써야 한다. https://v.daum.net/v/20230414070514826 [춘추칼럼] 봄날이 가도 삶은 계속되어야 해 [춘추칼럼] 봄날이 가도 삶은 계속되어야 해 지뢰가 폭발하듯이 꽃은 만발하고, 대포가 터진 ..

"이게 대학이냐" 실망·분노 키우는 상아탑 [아침을 열며]

한국일보 2023. 4. 12. 00:00 겨울의 침묵을 깬 캠퍼스엔 학생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듯 대학에 온 신입생들은 합격소식에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이든 어디서든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밋빛 찬사가 귀에 현란하게 들린다. 수강신청 때부터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듣고 싶은 강의는 3분 만에 마감된다. 이토록 수강신청이 하늘의 별 따기이니 이번 학기 듣고 싶은 강의 '한 개도 못 건졌다'는 학생도 적지 않다. 지어낸 얘기가 아니고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그것도 이른바 SKY 대학에서. '이게 대학이냐?'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낙타바늘식 관문을 거친 학생도 졸업 후 진로는 절벽 위에 서 있는 것같이 불투명과 불확실 자체라는 것이 선..

[백영옥의 말과 글] [298] 다정도 병인 양하여

조선일보 2023. 4. 8. 03:02 주말에 카페 옆자리에서 세 시간 넘게 수학 문제와 씨름하는 초등학생을 보았다. 아이가 풀고 있는 문제집은 놀랍게도 중학교 교재였다. 지인은 자신의 불안을 아이에게 너무 많이 투사해 지나치게 아이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진로를 몰아붙인 것 같다고 후회했다. 폭우 후 땡볕 같은 방황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포도는 기가 막히게 달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못 들어선 길이 새로운 지도를 만든다. 사랑이 과하면 다정도 병이 된다. https://v.daum.net/v/20230408030214947 [백영옥의 말과 글] [298] 다정도 병인 양하여 [백영옥의 말과 글] [298] 다정도 병인 양하여 주말에 카페 옆자리에서 세 시간 넘게 수학 문제와 씨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