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경제 하방리스크, 구조개혁에 답 있다

바람아님 2014. 12. 19. 11:08
[출처 ; 한국경제 2014-12-18일자] 

 

              
"디플레이션 경고 요란한 한국경제
고용·유통·교육 등 경제틀 확 바꿔
성장잠재력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


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kimjs@yonsei.ac.kr >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기관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내년도 경기의 하방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본식 장기침체 국면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내년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실업이 더 악화되고 부동산가격 또한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경기 침체에 수출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란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경기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환율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기침체가 심해질 경우 내년 초에는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급증추세인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인하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으며 일본과 같은 금융완화정책으로 엔저에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원화가 일본 엔화와 달리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확대정책 역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증가시켜 국가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펴기 어렵다.

반면에 환율정책은 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환율을 높일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 원유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물가상승률 또한 디플레이션을 염려할 정도로 낮아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단지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나 있는 것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이를 극복할 경우 환율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신(新)산업정책을 펼쳐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주된 원인은 경제에 대한 미래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력산업의 중국이전을 지연시키고 이를 대체할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신기술개발과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이른바 신산업정책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미래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기업투자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여건의 변화에 맞게 구조혁신과 제도개선을 꾀해야 한다. 제도는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의 틀이다. 경제여건이 변했는데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여건은 그동안 크게 변했다. 온라인산업의 확대와 중국으로의 산업이전으로 고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국경이 허물어지면서 해외 직접구매가 크게 늘어나 내수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이런 경제여건의 변화에 맞게 고용제도와 교육제도, 유통제도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시간외 근무를 줄이고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고용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인력공급을 효율화하기 위해 교육제도도 혁신해야 한다. 독과점규제를 강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입품 가격도 끌어내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 소비가 늘어나면서 투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경제를 이룰 수 있으며 해외 직접구매로 돌아섰던 소비자들의 시선을 국내시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연금체제와 복지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성장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복지수요가 폭발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급증해 남유럽이나 남미 국가와 같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경기의 하방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수요부양정책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측면에서 구조개혁에 주력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