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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손오공 되려는 중국을 한국은 이길 수 있을까

바람아님 2015. 5. 27. 09:56

(출처-조선일보 2015.05.27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 사진
김기훈 디지털뉴스
본부 콘텐츠팀장

국책 경제연구소인 KDI(한국개발연구원) 김준경 원장은 '좀비기업'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그는 장사해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좀비기업)을 정리해야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김 원장이 요즘 작심한 듯 경고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1990년대 수출 시장에서 일본이 한국의 추격을 허용했던 장면이 20년 시차를 두고 

한국과 중국 간에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일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5%에서 3.0%로 낮추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낮추고, 정부가 세수를 더 확보하고, 부실기업·연금·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해야 한다는 어려운 전제 조건을 달았으니 사실상 2%대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국책 연구기관은 대체로 소비 심리를 북돋우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데 '잿빛 전망'이 잇따르는 

것을 보니 위기감이 상당한 것 같다.


같은 시기 서해 건너 베이징에서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7일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다. 

IT(정보기술)·로봇·항공우주·의료 등 10대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을 2025년까지 독일·일본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선언이다. 

언론들은 "10대 제조업이 10년 뒤 하늘을 날고 바다로 들어간다[上天入海]"고 보도했다. 

'상천입해(上天入海)'구름을 타기도 하고 바닷속 잠수도 하는 손오공의 뛰어난 능력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최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우주산업과 심해탐사산업에서 '중국 제조'를 '중국 창조'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걱정과 리 총리의 희망가(歌)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한국과 고성장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중국의 현실을 각각 대변한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해결하는 것도 사람이다. 

김 원장의 걱정이 해소되고 리 총리의 희망이 실현되려면 뛰어난 인재가 창의적 발상으로 혁신을 많이 해야 한다. 

독일은 20세기 초 뢴트겐·아인슈타인·하이젠베르크 같은 과학자들이 과학 분야 노벨상의 3분의 1을 휩쓸며 과학기술과 

제조업을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리고 인류의 삶을 바꾸었다. 

중국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파[海歸]들이 제조업 발전의 포문을 열고, 국내파 창업 청년[創客]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중국이 20세기 초 독일의 영광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을 돌아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공무원의 표가 떨어질까 봐 눈치 보는 정치권, 자기 이권이 걸린 연금 통계는 기초 자료조차 공개 않는 관료들, 

책임 미루기의 달인이 된 정책 당국자들에게서 경제 회생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기백 있는 젊은이들뿐이다.

중국 유학 1세대인 김선우(34) 대표는 최근 온라인 중국어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자학원도 있는데 한국인이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이 발전하는 한 중국어는 점점 필수품이 됩니다. 

외국어로서의 학습 노하우는 중국인보다 외국인인 우리가 더 잘 알지요. 

전 세계 73억명 중 중국인 13억명을 뺀 60억명을 상대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겁니다."

김 대표의 사업이 순항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젊은 세대 덕택에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더 늦어질 수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