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27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
김기훈 디지털뉴스
- 본부 콘텐츠팀장
국책 경제연구소인 KDI(한국개발연구원) 김준경 원장은 '좀비기업'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그는 장사해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좀비기업)을 정리해야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김 원장이 요즘 작심한 듯 경고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1990년대 수출 시장에서 일본이 한국의 추격을 허용했던 장면이 20년 시차를 두고
한국과 중국 간에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일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5%에서 3.0%로 낮추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낮추고, 정부가 세수를 더 확보하고, 부실기업·연금·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해야 한다는 어려운 전제 조건을 달았으니 사실상 2%대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국책 연구기관은 대체로 소비 심리를 북돋우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데 '잿빛 전망'이 잇따르는
것을 보니 위기감이 상당한 것 같다.
같은 시기 서해 건너 베이징에서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7일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다.
IT(정보기술)·로봇·항공우주·의료 등 10대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을 2025년까지 독일·일본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선언이다.
언론들은 "10대 제조업이 10년 뒤 하늘을 날고 바다로 들어간다[上天入海]"고 보도했다.
'상천입해(上天入海)'는 구름을 타기도 하고 바닷속 잠수도 하는 손오공의 뛰어난 능력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최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우주산업과 심해탐사산업에서 '중국 제조'를 '중국 창조'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걱정과 리 총리의 희망가(歌)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한국과 고성장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중국의 현실을 각각 대변한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해결하는 것도 사람이다.
김 원장의 걱정이 해소되고 리 총리의 희망이 실현되려면 뛰어난 인재가 창의적 발상으로 혁신을 많이 해야 한다.
독일은 20세기 초 뢴트겐·아인슈타인·하이젠베르크 같은 과학자들이 과학 분야 노벨상의 3분의 1을 휩쓸며 과학기술과
제조업을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리고 인류의 삶을 바꾸었다.
중국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파[海歸]들이 제조업 발전의 포문을 열고, 국내파 창업 청년[創客]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중국이 20세기 초 독일의 영광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을 돌아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공무원의 표가 떨어질까 봐 눈치 보는 정치권, 자기 이권이 걸린 연금 통계는 기초 자료조차 공개 않는 관료들,
책임 미루기의 달인이 된 정책 당국자들에게서 경제 회생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기백 있는 젊은이들뿐이다.
중국 유학 1세대인 김선우(34) 대표는 최근 온라인 중국어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자학원도 있는데 한국인이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이 발전하는 한 중국어는 점점 필수품이 됩니다.
외국어로서의 학습 노하우는 중국인보다 외국인인 우리가 더 잘 알지요.
전 세계 73억명 중 중국인 13억명을 뺀 60억명을 상대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겁니다."
김 대표의 사업이 순항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젊은 세대 덕택에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더 늦어질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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