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4.20 어수웅 문화부 차장)
'중산층 판타지의 붕괴'라는 제목의 지난번 칼럼에서 대한민국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고,
중산층이 되겠다는 소망도 무너지고 있다고 썼다.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역시 실제 사례들이다.
#1.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경험이다.
자문에 응해 찾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토목 공사 현장.
수많은 근로자가 불도저 같은 대형 굴착기 없이 삽으로 땅을 파고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그 나라 관리는 "고용 창출 계획 때문"이라 답변했다.
프리드먼의 차가운 한마디. "그렇다면 왜 삽을 줬어요? 차라리 숟가락을 주지."
#2. 미국 섬유·의류 산업은 1990년대 중국·인도 등 저임금 국가로 공장이 이동하며 와해됐다.
#2. 미국 섬유·의류 산업은 1990년대 중국·인도 등 저임금 국가로 공장이 이동하며 와해됐다.
하지만 지금은 유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미국의 관련 수출액은 30% 늘어난 230억달러가 됐다.
자동화와 무인화가 최저임금 국가 근로자보다도 더 생산비를 줄여준 덕분이다.
#3.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벤츠의 CEO 디터 체셰는 말했다.
#3.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벤츠의 CEO 디터 체셰는 말했다.
"벤츠는 절대로 애플의 폭스콘이 되지 않겠다." 정말 무섭지 않다면 할 필요없는 이야기였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현실화된 세상. 운전의 즐거움이 최고 장점이던 벤츠가 단순 하도급 업체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업계에 팽배하다.
#4. 2016년 1월 동계 다보스 포럼은 인공지능 연구와 투자로 향후 5년간 선진 15개국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고
#4. 2016년 1월 동계 다보스 포럼은 인공지능 연구와 투자로 향후 5년간 선진 15개국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고
신규 일자리 20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6월에 열릴 하계 다보스 포럼의 주제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다.
핵심은 자동화와 무인화가 만들어낼 대량 실업.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대비(對備)에 있다.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대비(對備)에 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인공지능과 노동의 미래 관련 최신 연구와 신간(新刊)들이 한결같이 언급하는 대안이 있다.
'기본 소득' 개념이다. 기존 복지제도 축소 또는 폐지 등 전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마디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일정 금액을 조건 없이 나눠주자는 것이다.
웬 좌파적 발상이냐고? 뜻밖에도 지금 미국에서 이 연구에 돈을 대는 주체는 벤처 캐피털이다.
웬 좌파적 발상이냐고? 뜻밖에도 지금 미국에서 이 연구에 돈을 대는 주체는 벤처 캐피털이다.
경제지 포브스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으로 선정한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가 대표적이다.
핀란드·네덜란드·스위스·영국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하반기 시범 시행을 본격 검토 중이다.
사회 안전망 명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가, 그것도 중산층 소비가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 명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가, 그것도 중산층 소비가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고품질·대량생산하면 무엇 하나. 실업으로 살 돈이 없는데.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 열 끼니, 무인차 10대는 필요 없는 법이다.
미국·유럽은 이 현실을 전제하고 본격 대비를 시작했다.
우리는 어떨까. 이번 총선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은 차고도 넘쳤다. 물론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턱대고 가능하다는 대한민국 정치인의 주장은 둘 중 하나다.
무책임하거나 무지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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